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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내고, 조금 더 받는' 연금 후폭풍
"미래 세대 약탈" "기성세대 협잡" 반발
여야 3040 의원들 한목소리로 반대
與 연금특위 총사퇴, 野도 비판 공세
청년 세대 표심 겨냥 잠룡들도 반대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과 국민의힘 권성동·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 관련 여야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여야 지도부가 18년 만에 극적으로 연금 개혁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후폭풍
이 거세다.
'많이 더 내고, 조금 더 받는' 형태는 결국 미래 청년세대의 부담만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세대 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
이다. 전날 본회의 표결에서도
여야 가리지 않고 3040 젊은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졌고, 여야 대선주자들도 청년층의 분노에 올라타며 비판에 가세
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청년층 표심에 구애하려는 의도다. 연금 개혁을 둘러싼 세대 갈등이 대선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
이 나온다.

전날 국회를 통과한 개정 연금법은 보험료율(내는 돈)은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3%로 올렸다. 그러나
"역사적 합의"(우원식 국회의장)라는 칭송이 무색하게 여야 가리지 않고 83명의 반대·기권표가 쏟아졌다. 특히 여당 의원(108명) 절반에 달하는 56명이 반기
를 들었다.

선봉에는 국회의 '젊은피' 3040 의원들
이 있었다. 김용태(35)·김재섭(38)·박충권(39)·우재준(37)·조지연(38) 의원 등 국민의힘 30대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배현진(42)·진종오(46) 의원 등 40대 의원들도 동참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30대를 중심으로 무더기 이탈표가 나왔다. 이소영(40)·장철민(42)·전용기(34) 의원이 반대했고 김동아(38)·모경종(36) 의원 등이 기권표를 던졌다. 용혜인(35)·이준석(40)·천하람(39) 등 소수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여야 진영 논리를 넘어선, 세대 이슈로 묶인 3040 '젊치인들(젊은 정치인들)'의 반란
이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세대 간 형평성 고려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
했다. 애초 정부와 국민의힘이 제안한 연금개혁안에는
보험료율(내는 돈)을 세대 간 차등 인상(50대는 1%포인트, 40대 0.5%포인트, 30대 0.3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씩)하는 구상이 핵심
이었다.
젊은 세대일수록 더 오래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불평등을 완화하자는 취지
였다. 그러나 개정 연금법에선
'모든 세대 0.5%포인트씩 8년간 인상'으로 일괄 적용
됐다. 그러자 청년층 사이에선
"기성세대의 미래 세대 약탈"이라며 분노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
이다. 당장 국민의힘과 연금 개혁안을 논의해왔던
청년단체 연금개혁청년행동은 헌법소원을 위한 서명운동까지 돌입
했다.

박수영(맨 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연금개혁청년행동이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정안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청년들의 격앙된 반응에 여야 3040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지는 모습
이다. 국민의힘 연금개혁특위 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청년세대에게 부담만 주는 개악을 했다"며
개정 연금법에 항의 표시로 총사퇴를 선언
했다. 박수영 위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과 협상할 때 기성세대가 양보하는 조항들이 꽤 있었으나 전부 빠졌다"고 성토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기성세대의 협잡"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전날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도
"세대 간 형평성이 고려되지 않았다"(전용기), "재정안정성과 세대형평성을 개선하지 못한 이번 개혁안은 동의할 수 없었다"(이소영), "만성적인 적자 구조가 어린 세대에게 다시 전
가된다"(장철민)
고 비판을 이어갔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개정 연금법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며 청년 표심 챙기기
에 나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청년들이 기성세대보다 더 손해를 보면 안 된다
"며 청년 주도 연금개혁을 강조했고,
유승민 전 의원도 "개혁이 아니라 땜질에 불과
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범보수 잠룡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선거를 앞둔 매표성 야합"이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까지 촉구
했다. 야권에선
김동연 경기지사가 "임시방편"이라 규정
하며 "청년들, 미래세대들에게 더 많은 부담과 책임을 떠넘기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도 지적했다.

청년 의원들의 전방위 반격에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여야 지도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면피
에 나섰다. 여야 각기 방식으로 청년층을 배려하려 끝까지 애를 썼으나, 서로가 수용하지 않으면서 '반쪽 합의'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왜 기성세대 이익만 챙기려 하고 미래세대에게 아픔을 주려고 하느냐고 수없이 부르짖고 사자후를 토했지만, 민주당이 완강히 거부했다"고 야당 탓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군 복무 청년들에 대한 크레디트를 전(全) 복무 기간(18개월)으로 늘리고자 했으나 국민의힘이 발목을 잡아 1년밖에 인정해주지 못하게 됐다"고 여당 탓을 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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