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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소유 주장과는 달리 평화 보장책
전장 인근 자포리자 원전 재가동은 평화 상징
노바 카호우카 댐이 붕괴로 물이 말라버린 뒤인 2023년 6월16일 카호우카 저수지 둑에서 바라본 된 뒤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원자력발전소도 미국이 갖겠다고 밝혀, 그 의도와 현실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원전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가능하면 소유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트럼프와 통화에서 자포리자 원전을 논의했다며 “대통령은 나에게 미국이 그 원전을 복구할 수 있는데 양해하냐고 물었고, 나는 우리가 원전을 현대화하고 돈을 투자할 수 있다면 좋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소유권 문제를 우리는 논의하지 않았음이 명확하다”고 미국의 자포리자 원전 소유는 반대함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파나마운하, 그린란드를 미국이 획득하고, 캐나다도 미국의 주로 만들겠다고 계속 주장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와 관련해서는 미래 광물 이권의 50%를 사실상 넘겨받는 식의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원전 소유까지 주장했다.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원전 인수 의향은 앞서 영토나 이권 인수 주장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미국 안팎에서는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에서 최대 이슈인 우크라이나 안보보장과 관련한 제안이라고 받아들인다. 미국이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선에 위치한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를 통제한다면, 그 자체로서 러시아의 침공을 막는 보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을 넘겨준다는 양보를 의미하기도 한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에 러시아에 의해 점령된 뒤부터 양쪽이 공방을 벌여온 최대 교전 지역 중 하나였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러시아, 동유럽으로까지 전기를 송출하던 자포리자 원전은 양쪽의 전투로 현재는 가동 중지 상태이다.

이런 자포리자 원전을 미국이 개입해 복구한 뒤 운영을 재개하고, 전기를 송출한다면 평화의 상징이 될 뿐만 아니라 미국은 군사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평화와 안전의 보장자로서 부각될 수 있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미국이 자포리자 원전 통제와 소유를 제안함으로써 러시아에게 원전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제안의 현실성과 경제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소유에 분명히 반대를 표시한 것처럼, 우크라이나 쪽에서 국민 감정상 수용하기 힘들다. 우크라이나의 한 전임 고위관리는 로이터에 “미국이 무슨 근거로 그것을 소유하냐”며 “미국에 넘겨준다고 해도 그것을 매입할 것인지, 혹은 양보해줄 것인지 많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넘겨받는다고 해도, 그 가동과 운영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포리자 원전 재가동에는 적어도 2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포리자 6기의 원자로 모두 냉각 폐쇄 상태로 가동 중지 중이다. 전쟁 초기만 해도 자포리자 원전은 주변의 교전에도 불구하고, 1∼2기의 원자로가 가동됐었다. 하지만, 2023년 이 원전은 냉각수를 제공하던 카호우카 저수지를 조성한 드네프로강의 댐이 폭파되면서 가동이 완전히 중단됐다.

러시아는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한 이후 이 발전소를 자국의 전력망에 연결시키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기술진이 부족한 데다 냉각수 부족 등 문제가 겹치면서, 그 가동마저 중단된 것이다. 자포리자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주변 저수지 복원, 예비전력을 제공하는 주변 화력발전소 및 송전 시설 등의 복원에 더해 기존 기술 인력의 복귀도 필요하다. 원전을 가동하던 인력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기술진으로 현재 키이우 등지로 피난을 간 상태다.

러시아의 양도라는 큰 산을 넘는다고 해도 미국의 자포리자 원전 인수와 재가동에는 우크라이나의 동의에 더해 각종 기술적, 재무적 투자가 더해져야 한다. 게다가 러시아는 자포리자 원전이 러시아 소유라며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자포리자 원전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반대를 무릅쓰고 인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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