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대학교 경비원으로 근무하다 변호사의 꿈을 이룬 류정이 자신이 근무하는 로펌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중국 베이징대 위챗 계정 캡처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을 낭비하지 않았던 덕입니다.”

10년 동안 중국 명문대 베이징대에서 경비원으로 일한 청년이 사법시험 6수 끝에 변호사의 꿈을 이뤘다.

중국 베이징대학교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난 10년간 이 대학 법학대학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한 류정(劉政)이 변호사로 로펌에 취직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베이징대 법학대학 경비원으로 일하며 변호사의 꿈을 키웠고 사법시험 도전 6번 만에 합격증을 받았다.

그의 도전은 2016년 시작했다. 여느 날처럼 오후 5시에 출근해 자정까지 건물 방문객을 접수하고 순찰을 돌던 그는 또래 청년들이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변호사의 꿈을 키워갔다. 안정적으로 고정된 근무시간 덕에 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류정의 사연을 접한 베이징대 교수와 학생들이 그를 도왔다. 교수들은 수업을 청강할 수 있도록 했고, 학생들도 책을 선물하면서 응원했다. 그는 아침 8시부터 법학 강의를 듣고 매일 5~6시간 자습을 한 뒤 오후 5시 출근하는 ‘주독야경(晝讀夜耕)’의 생활을 시작했다. 주말엔 인근에 있는 런민대학교에서 석사 과정까지 밟았다.

6년이나 이어진 수험 생활에 여러차례 좌절도 겪었다. 자신보다 늦게 시험 준비를 시작한 사람들이 먼저 변호사 자격에 합격했을 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객관식인 1차 시험에서 고작 1점 차이로 낙방하기도 했고, 2차 시험에서도 두 번 연속 쓴맛을 봤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되는데, 나는 왜 안 되는 것인가”라고 스스로 되물었다.

류정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할 뿐”이라는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을 가슴에 새겼다. 자신을 믿고 응원해준 사람들을 위해서도 마음을 다잡았다. 법학대학 장솽건(張雙根) 교수가 선물한 법률책에 적힌 “자신감과 우아함을 동시에 갖춘 변호사가 되길 바란다”는 문구를 보며 주먹을 쥐었다.
대학교 경비원으로 근무하다 변호사의 꿈을 이룬 류정의 변호사 시험 합격 증서. 사진 중국 베이징대 위챗 계정 캡처

6수 만인 지난 2021년 1차 객관식 214점, 2차 주관식 110점으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꿈에 그리던 변호사 자격을 얻은 류정은 여전히 베이징대에 머물렀다. 그를 찾아주는 로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곤 마침내 올해 초 베이징의 한 로펌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내 사연이 널리 알려진 덕”이라며 자신을 추천해준 교수들에 공을 돌렸다. 그는 이어 “베이징대에서 근무하는 동안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며 “20대부터 30대에 이르기까지 나의 청춘 가장 좋은 시절을 베이징대에서 보냈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류정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시지프스(반역죄로 인해 영원히 바위를 산 위로 굴리며 사는 운명을 지니게 된 그리스 신화 속 인물)를 떠올렸다. “투쟁의 고통은 자신을 더욱 충만하게 만든다”는 류정은 자신을 “더 높은 곳으로 향하는 행복한 시지프스”라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804 경북 의성 산불 진화율 2%로 다시 '뚝'…"불길 길어져" 랭크뉴스 2025.03.23
47803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서 탈선… 홍대입구→서울대입구역 운행 중단 랭크뉴스 2025.03.23
47802 '축구장 1천여 개 면적' 피해‥이재민 2천여 명 랭크뉴스 2025.03.23
47801 상호관세 발표 D-10…미국행 산업장관 “대부분 국가 못 피할 듯” 랭크뉴스 2025.03.23
47800 2호선 홍대→서울대입구 운행중단‥까치-신도림 양방향도 한때 멈춰 랭크뉴스 2025.03.23
47799 이미 ‘독약’ 마신 국힘에, 윤석열 탄핵 기각은 최악 시나리오다 랭크뉴스 2025.03.23
47798 "반려견 탑승 불가" 통보받자…화장실 간 미국인 충격 행동 랭크뉴스 2025.03.23
47797 “토허제 확대 앞두고 3억 내려”…해제 뒤 이상거래 17건 랭크뉴스 2025.03.23
47796 ‘폭싹 속았수다’…“경북도청 신도시서 촬영된 거 아세요?” 랭크뉴스 2025.03.23
47795 與 주자들, 사법부 판단 앞두고 ‘숨 고르기’... “언행 조절하며 촉각” 랭크뉴스 2025.03.23
47794 경남 산청 산불 연기·안개 심해 헬기도 못 떠…악조건에도 진압 총력전 랭크뉴스 2025.03.23
47793 여야 3040 의원 8명 공동회견···“국민연금법 개정안, 청년세대에 불공평” 랭크뉴스 2025.03.23
47792 중대본 차장 "산불, 건조한 날씨 속 광범위 급속 확산 위협" 랭크뉴스 2025.03.23
47791 울주 산불 대응 3단계‥주민 80여 명 대피 랭크뉴스 2025.03.23
47790 4명 목숨 앗아간 산청 산불...지리산 입구 연무 가득 랭크뉴스 2025.03.23
47789 "나는 누구?" 물었더니 "두 아들 살인범"…소름돋는 챗GPT 대답 랭크뉴스 2025.03.23
47788 한국인 모녀·자매 3명 그랜드캐니언 여행 중 실종…10일째 연락두절 랭크뉴스 2025.03.23
47787 “최애과자예요” 제니 한 마디에 시총 불어난 ‘이 회사’ 어디 랭크뉴스 2025.03.23
47786 전국 동시다발 대형 산불…축구장 4600개 크기 산림 불탔다 랭크뉴스 2025.03.23
47785 [속보] 서울교통공사 “2호선 까치산역∼신도림역 운행 추가 중지” 랭크뉴스 202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