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명씨가 오 시장 후원자에 보낸 문자 확보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명태균씨
명태균씨가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씨에게 “오 시장한테 (여론조사 결과를) 유리하게 해달라고 여론조사 업체에 얘기했다”고 보낸 문자 메시지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명씨가 오 시장을 위해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씨가 2021년 2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 후원자인 김씨에게 “여론조사업체 피플네트웍스(PNR)에 오 시장에게 유리하게 (조사 결과를 조작)해달라고 얘기해봤는데 안 된다고 한다”는 취지로 보낸 문자 메시지를 확보했다. 해당 여론조사업체는 2020년 12월22일부터 2021년 3월21일까지 명씨 쪽 의뢰로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공표 7건, 비공표 13건)를 진행했다. 명씨는 이 과정에서 업체에 오 시장이 야권 후보 적합도에서 앞서는 여론조사를 부탁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보인다.
서명원 피엔알 대표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의 수치가 높게 나오길 명씨가 기대하는 분위기를 느꼈다”며 “비공표 여론조사 의뢰인이 오 시장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피엔알이 공표 여론조사의 조작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이런 메시지는 오 시장 쪽 해명과 배치된다. 오 시장 쪽은 “2021년 1월말 명씨와 크게 다툰 뒤 사실상 관계가 끊어졌다”고 주장하지만, 명씨는 이후 여론조사업체에 ‘오 시장이 이기는 여론조사’를 부탁했다. 명씨는 오 시장이 경선 당시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요청을 받은 명씨가 오 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했고, 그 비용 3300만원을 김한정씨가 명씨 쪽에 대납했다는 게 오 시장 관련 의혹의 핵심이다. 전날 김씨는 한겨레에 “국민의힘을 돕는 차원에서 명씨를 경제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오 시장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 명씨는 김씨와 함께 2021년 2월 말 서 대표를 찾아갔다고 검찰에 진술했지만, 서 대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날 압수한 오 시장의 휴대폰 8대와 집무실 피시(PC), 태블릿피시 등을 분석 중이다. 수사팀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오 시장을 직접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