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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배우, 이유도 못 듣고 12일간 구금
신분 확실해도 이민 당국 일방 조치 늘어
당국 “적법한 심사”…각국 “각별히 주의를”
4일(현지시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여객기들이 서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강경 대응 기조에 따라 미국의 입국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여행객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미국 이민 당국이 입국 신청자의 휴대전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뒤지고, 이들을 구금·추방하는 사례까지 생기면서 해외 각국 정부들은 자국민 보호를 위한 조치 강화에 나섰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 입국하려는 이민자와 관광객은 입국장에서 강화된 심사를 받고 있다. 입국 심사 담당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질문을 던지며 비자를 깐깐하게 살피고, 심사 과정에서 구금을 결정하는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부당한 처우를 받은 외국인의 증언도 속출하고 있다. 캐나다인 배우 재스민 무니는 미국에 입국하려다 돌연 구금돼 12일 동안 이민자 수용소에 머물러야 했다. 그는 통상 캐나다인에게 허용되는 절차대로 입국장에서 새로운 취업 비자를 신청하려 했으나 그 과정에서 입국이 거부됐다. 그는 두 곳의 수용소로 옮겨지는 동안 구금 이유에 대해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

WSJ에 따르면 무니는 구금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고 변호사 선임이 허용된 끝에 풀려났다. 그는 “나는 캐나다 여권에 변호사, 언론의 관심, 친구, 가족, 심지어 나를 옹호하는 정치인까지 있었다”며 “나보다 불리한 여건을 가진 이들에게 이 제도(미국의 입국 시스템)가 어떻게 작용할지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독일인 배관공인 루카스 실라프도 미국 시민권자인 약혼자와 함께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려던 중 국경 검문소에서 붙잡혔다. 이민국 직원들은 그가 관광이 아닌 거주 목적으로 미국에 가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그를 샌디에이고 수용소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수갑이 채워진 채 의자에 묶였고, 통역이나 변호사 조력도 허락받지 못했다고 WSJ은 전했다. 16일간 구금 끝에 독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실라프는 “무고한 사람들을 아무 이유 없이 감옥에 가뒀다”며 “모든 것이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에 충격받았다”고 했다.

이민자를 돕는 비영리 단체 미국친선봉사위원회의 이사 페드로 리오스는 국경에서 일해온 22년 동안 서유럽과 캐나다 여행객이 이렇게 구금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는 건 분명 이례적인 일이며 이들을 가두는 근거는 말이 안 된다”며 “유일한 이유는 (미국 내) 더 심해진 반이민 분위기뿐”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AP통신은 미 당국에 최근 구금한 여행객 수치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 개인 전자기기를 열어보는 일도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국 신청자들은 SNS 계정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한다. 실제로 한 프랑스 과학자는 최근 휴대전화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 입국을 거부당했다.

미 국토교통부 산하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이런 강도 높은 심사가 적법한 권한에 따른 직무 수행이라는 입장이다. 테러 및 범죄 활동을 식별하고 대처하기 위해 전자기기 수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법은 입국 심사 과정에서 여행객의 전자기기 등 수색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각국 정부들은 이런 분위기에 대응해 자국 여행객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홈페이지에 “미국은 입국에 관한 규칙을 엄격하게 정하고 시행한다. 당신이 규칙을 어길 시 체포되거나 구금될 가능성이 있다”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독일도 비자나 입국 면제를 받았다고 해서 미국 입국이 보장되는 게 아니란 점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미국 여행에 관한 권고 메시지를 보완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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