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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제공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며 은박 담요를 둘러쓰고 눈을 맞던 ‘키세스 시민단’ 이미지가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책의 표지에 사용돼 논란이다.

만화가 이정헌 작가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무단으로 내 그림이 어떤 책의 뒤표지로 사용됐단 소식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며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라고 올렸다.

이 작가는 ‘혁명과 반혁명’이란 책의 사진을 올렸는데, 뒤쪽 표지엔 키세스 시민단을 그린 그림 위로 “한남동에서 그를 기다린다.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땅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얼어 죽는 길을 택하겠다”라고 쓰여있다.

표지에 사용된 그림은 지난 1월5일 눈이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의 체포를 촉구하며 밤을 새운 이들 중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 천승훈 비서관을 그린 것이다. 당시 강추위 속에서 천 비서관을 포함한 시위 참여자들은 은박 담요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키세스 초콜릿’과 유사해 ‘키세스 시민단’으로 불렸다. 특히 정 의원의 해맑은 표정과 그 뒤에 웅크린 천 비서관의 모습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를 이 작가가 그림으로 그렸는데, 계엄을 옹호하는 책에 정반대의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지난 1월5일 아침 서울 용산구 관저 인근 ‘노동자 시민 윤석열 체포대회’ 농성장에서 은박 담요를 뒤집어쓴 시민들이 농성하고 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 제공

이 책은 북저암이라는 출판사에서 장영관 작가가 지난 2월 낸 것으로 홍보 문구엔 “대통령 윤석열의 내란은 없다. 반국가 세력과 종합범죄자 이재명이 손을 잡고 자유민주 정부의 권력을 강탈하기 위한 반역이 있을 뿐이다”라고 적혀 있다. 또 “책의 인세는 전액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에 기부된다”고도 적혀있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 작가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처음에 (표지 사진을 보고) ‘가짜인가?’ 싶었다. 남의 그림을 갖다 쓰는 것도 그렇고, 의미를 완전히 반대로 왜곡해서 편집해 쓰는 것에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제가 그린 그림이지만, 거리에 모여있던 시민들에 대한 그림인데 왜곡해 사용한 것은 거기 있는 분들의 뜻을 희석시키는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포함해 최대한 빠르게 조치를 취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림의 주인공인 천 비서관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 그림은 민주주의를 위해 밤샘 농성하셨던 모든 분들을 대표한 그림인데, 내란 세력을 옹호하는 극우 세력들이 자기네들 인것인양 가져다 썼다”라며 “그들은 계속 이렇게 가짜뉴스들을 양산해서 여론을 흐리고 자기들의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 전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관저 인근 농성장에서 시민들이 소시지를 나눠 먹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앞서 지난 1월5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도 ‘키세스 시민단’ 사진을 윤 대통령 지지자인양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은박 담요를 쓴 시민들 사진과 함께 “대한민국은 이렇게 버티고 있다. 29번의 탄핵과 내란과 반역이라는 겁박에도 이렇게 지켜내고 있었다”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장으로 ‘진짜뉴스 발굴단’이라는 가짜뉴스 대응 당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 의원은 논란이 일자 첨부했던 사진을 다른 사진으로 바꿨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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