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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돌파구 찾는 대기업들
20일 주요 기업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등에 대한 대응책을 발표했다. 미국 생산을 늘리고 전담팀을 꾸리는 방식 등이 공개됐다. 왼쪽부터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뉴스1, 연합뉴스]
주요 기업들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대한 대응책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현지 공장에서 미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중대형 전기차를 생산·판매하고,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를 대거 확충하는 ‘미국 맞춤형’전략을 밝혔다. 포스코는 철강 관세에 대비해 회장 직속 글로벌통상정책팀을 신설키로 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57기 정기주총에서 “올해는 무역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내 현지화 전략을 통해 유연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공식 가동해 아이오닉5·9를 생산하고,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와 완성차업계의 합작 충전업체인) ‘아이오나(IONNA)’를 통해 미국 내 3만기의 충전소가 설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26일 준공식을 갖는 HMGMA는 연간 생산능력이 50만대로 자동화 설비가 설치돼 생산성이 높고, 전기차·하이브리드차를 혼류생산할 수 있다. 기존 조지아주 기아 공장(연 35만대 생산),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연 33만대 생산)까지 합치면 미국 현지에서 연 120만대가 생산 가능하다. 지난해 미국 판매량(현대차·기아 합산 170만8293대)의 70%에 달한다.
무뇨스 사장은 “당사는 지난해 8월 발표한 ‘2030전략’을 통해 향후 10년간 900억 달러(131조원)를 투자해 21종의 신규 전기차 모델을 개발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7개에서 14개로 확대하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2030년까지) 200만대까지 늘리는 목표를 제시했다”며 “올해 아이오닉9, 펠리세이드 내연기관·하이브리드 모델, 차세대 수소차 넥쏘 후속모델 등 10개 신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이날 주총에서 사업목적에 ‘수소사업 및 기타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현대차는 2000년대 초반 개발을 시작해 2013년 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차 ‘투싼 ix FCEV’를 출시했지만, 정관에 수소사업을 명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1만2866대였는데 현대차가 3836대(점유율 29.8%)를 팔아 1위였다.
포스코홀딩스도 이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57회 정기주총을 열고 이달 12일부터 부과된 미국의 수입산 철강 관세(25%)와 추가적인 무역장벽에 대비해 회장 직속 글로벌통상정책팀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관세 전쟁 격화로 수출 여건이 악화하고 원화 약세로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전망된다”며 “장기 성장 구조를 구축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2차전지 업계는 이사 보수 한도를 줄이거나 임원 연봉을 동결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80억원에서 60억원으로 줄이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LG엔솔이 2020년 LG화학에서 분리한 뒤 이사 보수 한도를 줄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삼성SDI도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12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감액했다. SK온은 흑자로 전환할 때까지 임원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에코프로는 대표이사 연봉의 3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