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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번식장 종모견 식별장치 ‘외장형’도 가능하게
동물단체 “탈부착 가능하면 개체관리 불가능”
지난 2023년 경기 화성시의 한 허가 번식장에서 개 1420여 마리가 구조됐다. 당시 현장에서는 어미 개의 배를 가르거나 죽은 개의 사체를 냉동고에 보관하는 등 동물학대 정황이 드러났다. 화성시허가번식장 동물구조단체연합 제공

반려동물 영업과 관련해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개선권고가 애초 동물보호법의 취지와 달리 ‘동물 보호’가 아닌 ‘업자 우선’ 관점이 담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동물단체들은 규개위가 권고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규제개혁위원회의 ‘동물보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선권고안’이 동물학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동물생산업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조차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19일 규개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마련한 ‘동물보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심사한 뒤 3가지 이상의 개선안을 내놓았다. 주된 내용은 △동물판매업자(펫숍)의 사육실·격리실 내에 시시티브이(CCTV) 설치를 의무화하되, 영세한 업자의 부담을 고려해 규모별 단계적 의무화 방안 마련 △동물생산업자(번식장)의 번식용 개 등록 때 내장형 또는 외장형에 상관없이 무선식별장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동물 판매 때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대면 판매·전달하는 것을 의무화하되, 동물운송업자를 통한 전달도 가능하도록 한 것 등이다.

동물단체들은 이러한 권고가 강아지·고양이 수백 마리가 열악한 환경에서 출산과 임신을 반복하고 공장식으로 키워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번식용 개(종모견) 등록 때 사용하는 식별장치를 내장형으로 정해두지 않고 외장형·내장형 중 농장주가 선택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그동안 종모견은 동물등록 의무가 없는 데다 외부인의 개체 식별이 거의 불가능해, 번식력이 다하면 다시 경매장을 통해 싼값에 팔거나 방치되는 등 동물학대가 반복됐다. 지난 2023년 경기도 화성의 한 번식장에선 죽은 개 사체 100여구와 함께 1400여 마리가 밀집 사육되는 현장이 적발됐고, 같은 해 경기도 양평의 한 시골집에서 아사한 종모견의 사체 1500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농림부도 지난달 27일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2025~2029)을 통해 반려견뿐 아니라 번식장의 종모견까지 등록을 의무화하겠다고 한 것이다.

지난해 2월 충남 보령의 무허가 번식장에서 발견된 동물들. 동물자유연대는 이곳에서 개·고양이 123마리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그러나 동물들이 밀집한 번식장에서 내장형 인식칩을 쓰지 않고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외장형 장치를 쓸 경우 동물등록 의무화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내·외장형 선택 동물등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외장형 장치로는 종모견 등록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지자체에서 연 2회 생산업장 점검을 나가더라도 ‘이 개가 그 개인지’ 개체식별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 호주 등에서는 내장형 인식칩을 삽입하고, 개의 이름·품종·털빛 등과 인식 번호까지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규개위 회의에 참석했던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규개위는 당시 상위법이 내외장형 모두를 허용하고 있어서 하위규정인 시행규칙이 내장형만을 의무화하는 것은 법령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는 애초 번식장 환경의 특수성과 법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조처”라고 말했다. 그는 “‘화성 번식장 사건’과 ‘양평 폐견 사건’ 모두 시민 제보로 알려지게 된 것이란 점을 강조하며 이런 학대가 생각보다 광범위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단체들은 동물을 입양할 때 판매자(펫숍)와 구매자가 직접 대면해 판매·전달하도록 의무화한 조처에 “동물운송업자를 통한 전달도 가능”하도록 예외를 둔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동물을 쉽게 사고파는 문화를 근절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완화하면 동물을 물건 취급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조 대표는 “위원회가 법의 취지에 기반하지 않고 영업자 중심의 시각으로 사안을 대하면서 동물을 생명이 아닌 상품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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