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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오른쪽) 여사가 2023년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호놀룰루=왕태석 선임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지 않은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을 향해 “총 안 쏘고 뭐했느냐”며 질책했다고 한다. “경호처에 실망했다. 총 그런 데 쓰라고 놔뒀는데”라고 화를 내고 “마음 같아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쏘고 나도 자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억울해했다는 것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압수한 경호처 부장의 휴대폰에서 김 여사의 이 같은 발언을 보고한 경호관의 통화 녹음을 확보했다. 대통령실은 "전언에 기초한 과장"이라고 하나 경호처 사무실로 찾아온 김 여사의 화에 놀란 경호관이 상관에게 직보한 내용이다.

경악을 금할 수 없는 발언이다. 총격전을 벌여서라도 윤 대통령 체포를 막아야 했다는 발상에 말문이 막힌다. 체포영장을 집행한 경찰과 경호처 사이에서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면 나라가 어떻게 됐겠나. 선출 권력도 아닌 영부인이 국가기관인 경호처를 질타한 것도 어처구니없다. 나라 안위에 대한 걱정도, 최소한의 공적 의식도 없는 사람이 영부인 지위에 있다는 사실이 아찔할 정도다.

김 여사 발언은 윤 대통령이 체포를 피하려고 경호처에 총기 사용을 지시했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경찰이 제시했다. 윤 대통령이 김성훈 경호차장 등 간부들에게 “총을 쓸 수 없느냐”고 물었다는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으나 윤 대통령 측은 부인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총기 사전 준비 지시가 없었는데도 김 여사가 느닷없이 총을 언급했다고 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기관총을 들고 뛰어나가라”고 경호관들에게 지시한 정황도 확인됐다.

정권 초부터 김 여사는 여러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에 올랐고, 정권에 큰 부담을 준 요인이기도 했다. 불법계엄 이후인 지난해 12월 말 특정 신문사 폐간에 목숨 걸었다는 통화 녹취는 비뚤어진 언론관을 보여줬다. 야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인허가 개입 의혹 등 김 여사가 연루된 11가지 의혹 규명을 위한 상설특검안을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참이다. 다음 정권들이 경계로 삼아야 할 영부인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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