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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빠지는 수면의 질과 숙면을 위한 조건
한국인 수면 시간, OECD 평균보다 18%↓
숙면 취하는 인구도 전체의 7%에 불과
“최대 원인인 스트레스 알아차리는 게 중요”
디지털 치료제는 “좀더 효과적 모델 필요”
한국인의 수면 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8%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면증 등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도 크게 늘어났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은 늘 잠이 부족하다. 수십 년간 제기된 문제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달 초 대한수면연구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2024 한국인의 수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58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8%나 떨어진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미 10년 전인 2015년 OECD 통계에서도 한국은 조사 대상 18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봐도, 한국인의 수면 시간이 평균 이상이었던 적은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 문제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60%에 달했다. 불면증 등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24년 기준 67만8천 명으로 2010년(27만8천 명) 대비 140% 증가했다. 두드러지는 문제는 ‘수면의 질’이다. 숙면을 취하는 인구는 7%에 불과했으며, 이는 글로벌 평균(13%)보다 한참 낮은 수치다. 보고서 역시 한국인의 수면 시간이 줄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면 효율성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면의 질은 단순한 수면 시간이 아니라 ‘잠의 깊이’와도 관련이 있다. 수면 효율성은 침대에서 보낸 시간 대비 실제 수면 시간의 비율을 나타낸다.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에는 수면 시간 외에도 수면 잠복기나 조기 각성 뒤 시간 등이 포함된다. 수면 잠복기는 잠자리에 든 뒤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며, 조기 각성 여부는 계획보다 일찍 깨서 다시 잠들기 어려운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삼성전자와 대한수면연구학회가 함께 분석한 2021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삼성헬스 앱에 기록된 7억1600만 개의 수면 데이터를 보면, 수면 시간 감소뿐만 아니라 ‘수면 점수’와 ‘수면 효율성’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최근 필립스코리아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대한민국 수면 습관 및 행태, 수면무호흡 관련 인식 조사’에서도 자신의 수면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9.5%에 그쳤다. 2019년 조사의 40%에 비해 급락했다.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 부족은 면역 저하, 비만, 심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 기분 장애, 삶의 질 저하 등 뇌·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인의 숙면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심리적 스트레스’(62.5%)로 나타났다. 잠을 잘 자지 못하는 한국인의 밤은 결국 ‘일상의 스트레스’와 맞물려 있는 셈이다. 그 뒤를 신체적 피로(49.8%), 불완전한 신진대사(29.7%), 층간 혹은 외부 소음(19.4%), 신체적 통증(19.2%)이 차지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영국의 심리학자 줄리 스미스 박사는 “스트레스 관리의 첫 단계는 ‘알아채기’”라고 강조한다. 틱톡,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1천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스미스 박사는 “개인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다르지만, 보통 다가오는 일을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스트레스가 극대화된다”고 지적했다. 뇌의 불안 신호가 증가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피로, 불안, 집중력 저하, 면역력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스미스 박사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스트레스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며, 최근 많이 사용되는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해 스트레스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삼성 갤럭시워치, 애플워치, 핏빗, 가민 등 다양한 스마트워치가 심박수, 활동 수준, 수면 패턴을 모니터링하며, 일부 모델은 스트레스 수준 평가 기능도 제공한다.

이들 기기는 심박수 변이도(HRV)를 기반으로 스트레스 상태를 측정한다. HRV는 심박수 간의 시간 간격 변화를 나타내며, 자율신경계의 활동을 반영하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HRV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어 이를 활용해 스트레스 수준을 추정할 수 있다. 다만, 웨어러블 기기의 스트레스 측정 정확도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워치의 스트레스 감지 정확도는 52~70% 수준으로, 참고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스트레스 측정 기술이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정현 교수 연구팀은 서울대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와 공동으로 음성 분석을 통한 스트레스 측정 기술을 개발했다. 목소리 톤의 근육 긴장과 호흡 변화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활용해 70%의 정확도를 보였다. 김 교수는 “스마트폰에서 주기적으로 스트레스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면, 명상·운동 등의 대처 방법을 활용하거나 필요할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등 정신건강 관리가 더욱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설적이지만,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잠이 제일 중요하다. 다만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규칙적인 운동과 이완 요법, 수면 습관 개선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수면 시장이 커지면서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 도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아직 높지 않은 편이다. 수면 시간 부족 그룹의 49.5%, 수면 장애 그룹의 60.5%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가 이용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수면 관련 디지털 보조기기들의 진단이나 평가 수준은 꽤 많이 향상됐지만, 실제로 수면의 양과 질을 높이는 행동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가톨릭관동대 신경과 김혜윤 교수는 디지털 기기 개발시 좀더 정교한 사용자 니즈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에서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제 역시 대중화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2023년 에임메드의 ‘솜즈’(Somzz)와 웰트(WELT)의 ‘웰트아이’(WELT-I)가 연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으며 관심을 모았다. 이들 치료제는 단순히 수면의 패턴이나 특징을 모으고 분석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환자의 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다. 한 달 처방비용이 25만원으로 환자의 부담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수면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를 찾는 비율이 높은 것도 아니었다. 응답자의 64%가 수면 문제와 관련해 의료진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으며, 전문의 상담 경험은 25%에 그쳐 글로벌 평균인 50%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전진선 신경과 교수는 “수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수면장애는 별거 아닌 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경각심이 높지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심혈관 질환이나 암과 같은 다른 질환들에 비해 수면 장애에 대한 연구와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약은 물론 일부 수면장애 관련 조처들에 대한 보험 적용도 제한적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 시장의 낮은 약값을 이유로 치료약 공급을 포기해 기면장애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뉴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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