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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중점 심사제도
소수주주 보호→기업 지원
한 달 만에 무게 이동
연합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방위산업과 조선해양 거점 확충 등에 투자하겠다며 3조6천억원 규모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키로 했다. 역대 유증 가운데 최대 규모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한다면서도, 심사 개시 전부터 “케이(K)방산의 선도적 지위 구축을 위해 유증을 추진한다는 점을 긍정적”이라는 공식 반응을 내놨다. 당초 비지배주주 권익 보호를 주된 목적으로 한달 전 도입된 중점심사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뒷말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3조6천억원 규모의 유증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방산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유럽, 중동, 호주, 미국 등지에 생산 거점을 확보해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장갑차, 탄약 등 차세대 핵심 제품군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1조6천억원을 현지 공장 설립에, 9천억원은 국내 추진장약(MCS) 스마트 팩토리 시설 등에, 무인기용 엔진 개발 시설에도 3천억원을 투자할 계획도 함께 밝혔다. 회사 쪽은 이를 통해 2035년 연결기준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유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주 배정일은 4월24일, 구주주 청약은 6월3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실권주 일반 공모 청약 기간은 6월9일~10일이다.

금감원은 이같은 유증 계획이 공시되고 불과 30분 만에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보호무역주의 경향 강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케이(K)-방산’의 선도적 지위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번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심사역량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같은 평가가 당초 중점심사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금감원은 주주 권익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유증에 대해 증권신고서에 충분한 정보가 담겨 있는지 등을 좀 더 깐깐히 살피고 필요하면 대면 협의도 하겠다며 지난달 중점심사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보도자료에서 “중점심사 유증 유형에 대해 투명하고 신속하게 심사함으로써 회사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주관사의 책임의식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주식가치 희석화 등 심사 사유를 살펴보기도 전부터, 결과를 예단하게 하는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주주들은 싸늘한 반응이다. 이날 72만2천원에 정규장 거래를 마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유증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하한가인 65만원까지 내려갔다. 정동익 케이비(KB)증권 애널리스트는 “매년 영업활동으로 창출되는 현금흐름만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투자 규모인데도 대규모 유증을 선택한 것은 기존 주주 입장에서 아쉬울 대목”이라고 말했다. 회삿돈으로 투자 대금을 마련할 수 있는데 그 부담을 주주에게 안겼다는 뜻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앞서 1호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삼성에스디아이(SDI) 유증에 대해서도 불쑥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삼성에스디아이 유증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며,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을 당국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도움 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현재 영위하는 사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정정할 것은 정정하고, 문제가 없으면 빨리 진행할 있도록 신속 진행하겠다는 취지 표현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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