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연말이라 예산 부족해'… 한 차례 거절
지자체 지원 못 받고 생활고 사망 추정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 반지하 주택에서 홀로 살던 50대 남성이 사망한 지 수개월 만에 발견됐다. 고인은 생활고를 겪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을 때 간발의 차로 예산이 소진돼 지원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20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19일 '전기요금을 몇 달째 내지 않는 세입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집주인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등이 오후 3시쯤 현장에 출동해 문을 개방했을 때 남성 A(59)씨는 이미 숨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 당시 3, 4개월가량 월세와 공과금이 연체된 것으로 미뤄 사망 후 시일이 꽤 경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자택에서 유서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A씨의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6개월 넘게 무직'... 생활고에도 지원 못 받아



A씨는 사망 당시 6개월 넘게 무직이었다고 한다. 관할구청인 강남구청은 지난해 6월 A씨를 '복지사각지대 발굴 대상'으로 선정했다. 한 달 뒤인 7월 안내문을 발송하고, 8월엔 A씨 자택을 직접 방문했으나 부재 중인 탓에 만나진 못했다.

지난해 12월 30일, A씨는 관할 주민센터에 직접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위기 상황에 놓여 생계유지가 어려운 저소득 가구에 일시적으로 생계·의료·주거 지원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주민센터 측은 "연말이라 지원 예산이 소진됐다. 내년 1월에 방문해달라"는 안내를 남겼다. 예산이 새롭게 배정되는 연초를 불과 이틀 앞두고
A씨는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후 A씨는 올해 1월 15일 주민센터를 다시 찾았다. 그러나 주민센터 측은 또다시 '사정이 있으니 5일 뒤에 와달라'고 했다. 어떤 사정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이후 주민센터에 다시 오지 않았다. 마지막 방문 시점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 자원 연계 등 유연한 대책 필요"



사망 직전까지 A씨는 전기요금이 밀렸고 월세도 6개월 넘게 내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전기·수도·가스요금 등이 3개월 이상 체납될 경우 해당 가구를 '행복e음' 시스템에 등록해 지자체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지만 A씨는 포함되지 않았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복지 대상자 명단이 있는데 A씨는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미납 기간이 3개월을 넘기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A씨는 65세 미만이라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사업에서도 제외됐다.

결과적으로 A씨에게 닥친 위기 신호를 관계당국이 감지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모두 놓친 셈이다. 특히 취약계층이 예산 소진을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긴급 생계비 지원은 한도 소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산이 상시 확보될 수 있는 방안을 공적 체계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지 사각지대 발굴 사업의 핵심은 즉각적 서비스 연계인데 발굴 후 적절한 조치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연말에는 지역 복지관과의 연계 등을 통해 민간 차원의 지원을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569 “기장이 여권 분실”…아시아나 승객 135명 15시간 발묶여 랭크뉴스 2025.03.28
45568 여야 ‘산불 예산’ 숫자 공방…‘4조8270억’ ‘6000억’ 누구 말이 맞나 랭크뉴스 2025.03.28
45567 [영상]방콕 7.4 강진에 30층 건물 붕괴···건설 노동자 최소 43명 매몰 랭크뉴스 2025.03.28
45566 '파괴력 키우는 산불' 대응체계 대전환해야…경북서 역대급 피해(종합2보) 랭크뉴스 2025.03.28
45565 [속보] 미얀마 7.7 강진에 타이 30층 건물 붕괴…비상사태 선포 랭크뉴스 2025.03.28
45564 [속보] 우원식 국회의장, ‘마은혁 미임명’ 한덕수 대행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랭크뉴스 2025.03.28
45563 미얀마 7.7 강진으로 대규모 피해‥인접 태국도 건물붕괴 랭크뉴스 2025.03.28
45562 [속보] 미얀마에서 규모 7.7 강진…6개 지역 비상사태 선포 랭크뉴스 2025.03.28
45561 우의장, 韓대행에 권한쟁의심판 청구…"馬임명 모든 조치 강구" 랭크뉴스 2025.03.28
45560 서울 면적 75% 태운 경북 산불, 6일 5시간 만에 주불 잡았다 랭크뉴스 2025.03.28
45559 '대형 산불' 경북 5개 시군 주불 진화 완료... 발생 149시간만 랭크뉴스 2025.03.28
45558 4만5000여㏊ 태웠다…'역대 최악' 경북 산불 7일 만에 진화 랭크뉴스 2025.03.28
45557 최상목, 2억 상당 ‘미 국채’ 매수…야당 “환율방어 사령관이 제정신이냐” 랭크뉴스 2025.03.28
45556 [단독] 우원식, 한덕수 ‘마은혁 임명 뭉개기’ 권한쟁의 포함 모든 조처 랭크뉴스 2025.03.28
45555 ‘金 투자’와 ‘배당’ 두 토끼…순자산 150억 돌파 [ETF줌인] 랭크뉴스 2025.03.28
45554 민주 초선 "마은혁 임명 안 하면 한덕수·국무위원 연쇄 탄핵" 랭크뉴스 2025.03.28
45553 [속보]우원식 국회의장, 한덕수 권한대행 상대 권한쟁의 심판 청구 랭크뉴스 2025.03.28
45552 24명 사망 ‘최악 피해’…“경북산불 실화자, 구속 불가피” 랭크뉴스 2025.03.28
45551 [속보] 경북 산불 다 껐다…7일 만에 서울 75% 면적 초토화 랭크뉴스 2025.03.28
45550 '경북 산불' 149시간 만에 진화‥여의도 156개 면적 잿더미 랭크뉴스 202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