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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사건 선고를 오는 24일 오전 10시에 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지 87일 만, 지난달 19일 변론 종결 후 33일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12·3 비상계엄 관련 사유가 겹쳐 같은 날 선고 관측도 있었지만, 한 총리 먼저 결론을 내기로 했다. 헌재가 기각 또는 각하 결정할 경우 한 총리는 즉시 복귀해 세 번째 대통령 권한대행(한덕수→최상목→한덕수)이 된다.

한 총리의 경우 앞서 13일 재판관 전원일치 기각 결정을 받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마찬가지로 한 번의 변론으로 심리가 종결돼 일찍부터 기각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서울=뉴스1) =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2.20/뉴스1


1차 변론 만에 종결…의결정족수 논란도 쟁점
한 총리 소추 사유는 ▶‘김건희 여사·해병대원 순직 사건’ 특검법 재의요구권 건의 ▶12·3계엄 선포 묵인·방조·공모 ▶여당과 공동 국정 운영 구상 발표 ▶내란 상설특검 임명 불이행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등이다.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불참에도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192명 찬성)했다.

헌재는 소추 이후 54일 만인 지난달 19일 1차 변론을 열고 90분 만에 변론을 종결했다. 당시 헌재는 “기일을 더 열어 달라” “증인 신청을 받아 달라” 등 국회 측 의견을 거부했다. 이에 헌재가 쟁점이 복잡하지 않아 결론에 쉽게 다다를 수 있다는 본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었다.

국회 측은 최종진술에서 “소추 사유가 모두 위헌·위법하다”고 강조한 반면, 한 총리는 “윤 대통령 계엄 계획을 사전에 몰랐고, 공동 국정운영은 권력 찬탈 목적이 아니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사건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가 대통령 기준(재적 3분의 2·200명)이냐, 국무위원 기준(과반·151명)이냐란 절차적 요건도 논란이 됐다. 8인 재판관 중 4인 이상이 소추 자체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파면 여부에 관한 본안 판단 없이 각하될 수도 있다.
김영옥 기자



尹 심판 가닥?…“인용이든 기각이든 불확실성 해결 목적”
헌법재판소가 소추는 2주가량 앞선 윤 대통령보다 한 총리부터 선고하는 것을 두고 국정 2인자인 총리 복귀로 대행체제를 안정시키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한 총리 선고 후 이틀 뒤(26일)엔 서울고법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를 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도 이르면 27~28일 가능하다는 해석 등이다. 이와 관련, 헌재 관계자는 한 총리 24일 선고 발표 직후 “이번 주엔 윤 대통령 선고는 없다”고 못 박았다.

국정 2인자인 한 총리 선고일이 잡히면서 “윤 대통령 선고도 가까워졌다” “가닥이 잡힌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이 파면된다면 조기 대선이 열린다”며 “대선 준비를 한 총리에게 맡겨 국정 혼란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한 총리를 먼저 복귀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선(先) 한 총리 복귀, 후(後) 대통령 파면’이란 것이다.

임 교수는 이어 윤 대통령 소추 사유와 겹치는 한 총리의 ‘계엄 묵인’은 “기각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헌재가 한 총리의 ‘12·3 계엄 묵인·방조’를 인용하면 12·3 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은 무조건 파면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것이어서 혼란이 커진다”며 “특검법 거부권 건의 등 다른 부분도 파면 사유는 안 된다”고 했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인 김승대 변호사는 “윤 대통령 선고 전 흠결을 없애기 위해 한 총리 사건을 먼저 진행하는 것 같다”며 “윤 대통령 선고를 앞두고 ‘최 대행이 임명한 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은 무효’라는 여권 일각의 시비를 해결하기 위해 한 총리부터 선고해 적법성 논란을 없애려는 것”이라고 했다. 최 대행이 임명한 두 재판관에 의해 한 총리 복귀 여부가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지난 1월 26일 구속기소 된 지 41일 만, 1월 15일 체포된 후 52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뉴스1


“尹 사건 합의 어렵기 때문”…멀어졌다는 관측도
반면에 윤 대통령 선고는 더 멀어졌다는 관측도 있다. “윤 대통령 사건 심리를 최우선하겠다”던 헌재가 윤 대통령 사건보다 늦게 접수된 한 총리 선고를 먼저 하는 것이 “아직도 윤 대통령 사건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이란 전망이다. 차 교수는 “마냥 늦어질 순 없으니 비교적 결정이 쉬운 사건부터 먼저 선고하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4월 선고설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 선고 직후 윤 대통령 선고를 진행할 경우 “이 대표 선고를 기다리느라 결정을 미룬 것이냐”는 정치적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로스쿨 교수는 “헌재 재판관들도 이 대표 선고를 고려할 수밖에 없겠지만, 동시에 그것이 외부에 표출돼서도 안 된다”며 “결국 이 대표 선고를 보되 시간을 떨어뜨려 윤 대통령 선고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선고가 연기되는 배경이나 선고 시기에 관해 침묵 중이다. 헌재 관계자는 “평의에서 무엇이 결정됐다는 보도나 '찌라시'는 전부 확인 불가능한 추측일 뿐”이라며 “평결 데드라인은 선고기일”이라고 말했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먼저 선고기일을 통지한 후 당일 새벽에야 평결을 통해 결정문을 확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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