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윤 대통령 직무 정지, 민주당은 수권 노려
의견 조율 공간 열리며 모수개혁 합의 이뤄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국회가 18년 만에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에 합의해 20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 데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직무가 정지돼 대통령실이 관여하지 않은 데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기 대선과 정권 교체를 바라보고 있어 합의 공간이 열렸다는 것이다.

여야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0%에서 43%로 높이는 안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번 합의 과정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의 원내지도부가 주도했다. 정부가 빠진 여야협의체에서 지난 14일 접점을 찾았고, 이후 세부사항에 추가 합의했다. 정부가 난감해 하는 부분은 여야가 다시 조율하고, 정부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정치권에선 탄핵소추로 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서 대통령실이 여야 이견 조율 과정에 빠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윤 대통령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바꾸는 모수개혁 뿐 아니라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등 다른 연금과 함께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했다. 지난해 5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통과안과 같은 ‘소득대체율 43%’를 제안했을 때도 정부·여당은 구조개혁 필요성을 들어 거부했다. 이번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입김이 사라지면서 모수개혁에 우선 합의하는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연금개혁 법안을 논의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2·3 비상계엄 전에도 여야 간에 합의에 가까웠는데 합의가 안되다가 대통령이라는 ‘빅브러더’가 없으니까 합의가 됐다”며 “딱 한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 정권 교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때문에 원래 주장했던 소득대체율(44~45%)보다 낮아도 지금 모수개혁에 합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집권 후 민주당이 여당이자 다수당으로서 모수개혁을 이끌면 청년층에서 대통령·여당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 국회의장은 이날 연금개혁 합의문을 작성하며 “매우 역사적 순간”이라면서 “정말 긴장이 높고 갈등이 깊은 시기에 국민의 삶을 중심으로 여야가 머리를 맞댄 소중한 과정이었고 역사에도 크게 기록될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이번 개혁안 처리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지지층을 달래는 메시지를 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연금개혁으로 기금 소진을 9년 늦출 수 있게 됐다”며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한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소수당 한계 때문에 소득대체율에서 우리 안(42%)을 관철시킬 수 없었다”며 “청년세대에게 미안함 마음”이라고 말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연금개혁의)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며 “(개혁) 물꼬를 트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 크레디트 확대가 우리 요구보다 덜 반영되어서 아쉽긴 하지만, 그것을 향후 과제로 두더라도 되도록 합의하자는 정무적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로 낸 공지에서 “국회가 늦었지만 연금개혁의 첫 단추를 끼워준 것에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연금개혁특위에서 구조개혁 과제들을 조속히 논의하고 합의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726 헌재 “한덕수 탄핵심판 24일 오전 10시 선고” 랭크뉴스 2025.03.20
46725 민주 이재정 의원 "헌재 앞에서 폭행당해" 경찰 신고(종합) 랭크뉴스 2025.03.20
46724 경찰, '달걀 투척' 시위대 강제 해산‥'알박기' 농성장은 어쩌나 랭크뉴스 2025.03.20
46723 법관기피 각하결정 6차례 발송했는데...이재명 한 달째 미수령 랭크뉴스 2025.03.20
46722 그럼에도 광장에 모인 시민들‥"상식에 따라 파면 선고하길" 랭크뉴스 2025.03.20
46721 김수현 측, ‘성폭력 혐의’ 김새론 유족·가세연 고발 랭크뉴스 2025.03.20
46720 황희찬, 오만 상대로 선제골… 이강인 패스 받아 침착하게 마무리 랭크뉴스 2025.03.20
46719 ‘尹보다 먼저’ 한덕수 탄핵 24일 선고…권한대행 복귀 가능성 랭크뉴스 2025.03.20
46718 "내 아이 인생 두고 뭐하는 건가"…의대생 학부모 '분노' 랭크뉴스 2025.03.20
46717 김수현측, 김새론 유족∙가세연 고발 "사진공개로 성적수치심 유발" 랭크뉴스 2025.03.20
46716 의대생 복귀 거부에 의협도 가세…대규모 제적 사태 현실화하나 랭크뉴스 2025.03.20
46715 유발 하라리 "권력자가 권력 돌려주기 싫을 때 법을 파괴한다" 랭크뉴스 2025.03.20
46714 민주당 의원 향해 달걀 투척·발길질‥"정치 폭력 신호탄 우려" 랭크뉴스 2025.03.20
46713 헌재, 한덕수 먼저 선고 왜?…“윤석열 파면 땐 국정안정 효과” 랭크뉴스 2025.03.20
46712 김수현 측, 故김새론 유족·가세연 고발…“성적 수치심 유발” 랭크뉴스 2025.03.20
46711 오세훈 "압수수색 기다리던 절차... 십수 년 쓴 휴대폰 8개 모두 보관" 랭크뉴스 2025.03.20
46710 선고 지연에 헌재 앞은 ‘질서 진공상태’…야당 의원 계란 피습, 시위대 해산 명령도 랭크뉴스 2025.03.20
46709 한동훈, SNS에 “국회 통과한 연금개혁안 반대”…왜? 랭크뉴스 2025.03.20
46708 ‘중국인 대거 입국’ ‘비자 알박기’ 이런 혐중 가짜뉴스, 이대로 괜찮을까요 랭크뉴스 2025.03.20
46707 “한덕수 각하되면 尹 탄핵?” 질문에, 나경원 의원 대답이…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