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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주주총회…파행 가능성 제기
고려아연, 또다시 상호주 제한 활용
영풍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오는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제한 문제로 또 다투고 있다. 고려아연은 임시 주총에 이어 정기 주총에서도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영풍은 유한회사 신설, 법원 가처분 신청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영풍은 작년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25.4%를 가진 최대주주로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해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면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진다.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는 이사 수 상한 설정을 비롯한 7개 의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핵심은 신규 이사 선임이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과반을 유지하고 영풍·MBK파트너스는 과반을 차지하는 게 목표다. 지분율은 영풍·MBK 측(40.97%)이 앞서지만, 소수주주가 많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34.35%)에 유리한 집중투표제가 도입된 만큼 향방을 확신할 수 없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특정 후보에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어 소수주주에 유리하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열린 지난해 10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안내판의 모습. /뉴스1

이번 주총에서는 고려아연이 또 한 번 상호주(두 기업이 서로 보유한 주식) 규제를 활용하면서 영풍 측 의결권이 제한되는 지가 최대 변수가 됐다.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가 썬메탈코퍼레이션(SMC)으로부터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았다고 밝혔다.

영풍 지분을 넘겨받은 SMH는 고려아연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SMC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이로써 기존에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이었던 순환출자 구조가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월 23일 열린 임시 주총을 앞두고도 같은 방법을 써서 영풍 측 의결권을 박탈했지만, 법원 판결에 따라 무효가 됐다. 상호주 제한은 상법상 주식회사에 대해서만 성립하는데, 고려아연이 활용한 호주 손자회사이자 유한회사인 SMC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상호주 제한은 두 기업이 서로 10% 초과해 지분을 갖고 있을 때 각 회사가 상대방 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고려아연은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SMH가 영풍 주식을 10% 이상을 갖게 되면서 상호주 제한 대상이 됐다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

영풍 측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영풍은 임시 주총에 대한 법원 가처분 판결 직후 유한회사 와이피씨(YPC)를 새로 설립해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지분을 현물 출자했다. 상호주 제한은 주식회사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3월 주총 주주명부는 지난해 12월 31일 폐쇄된 만큼 YPC는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영풍·MBK 측은 지난 17일 법원에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신청했다. 고려아연이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또다시 박탈해 주총을 파행으로 이끌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총 이전에 법원으로부터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인용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양측의 의결권 제한에 대한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번 주총도 파행 가능성이 점쳐진다. 고려아연은 주총 의장 직무대행자를 4명까지 준비했다. 영풍·MBK가 주총 의장 불신임안을 제시해 의장 교체를 시도하더라도, 고려아연 측 인사가 의장직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고려아연 정관은 ‘대표이사 유고 시 이사회에서 정한 이사가 이를 대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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