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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ASF 차단 울타리 야생생물 생태계 영향 조사
부분개방 효과도 드러나, 산양 10마리 중 6마리가 통과
18일 폭설이 내린 강원 화천군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산양 2마리가 눈을 맞고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산양 떼죽음
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울타리
가 실제
산양 등 우제류의 이동을 막고 있다는 중간 연구 결과
가 나왔다. 반면
부분개방한 지역
에서는 산양 등 야생생물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어
울타리 개방 시 이들의 이동 제한 문제를 해소
할 것으로 기대됐다.

18일 본지가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을 통해
환경부
로부터 받은 'ASF 차단 울타리 멸종위기야생생물 생태계 영향 조사'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미개방 지점과 개방지점 동물 행동유형 차이 뚜렷

설악산 국립공원 미시령 도로에 설치된 울타리 개방 지점이 쌓인 눈에 가로막혀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ASF울타리 미개방 및 부분개방 지점 산양 출현 분석.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 조사는 지난해 3월 ASF 울타리 개방에 대한 시민단체와 학계의 요구가 거세자 환경부가 '울타리 내 생태계 영향 조사 및 개방 필요구간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
한 데 따른 것이다. 용역을 맡은
국립생태원
은 지난해 5월부터 강원 화천과 양구군 내
울타리 미개방 2개 지점
과 양돈농가 및 ASF 발생지점과 이격거리를 확보한 미시령 옛길 등
부분개방 44개 지점을 모니터링
하고 야생생물의 이동패턴을 분석하고 있는데, 그 중간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국립생태원은
미개방 지점 2곳(2024년 5~11월)에 각각 무인센서카메라 100대
를,
부분개방 지점 44곳(2024년 5~12월)에 각각 3대를 설치
하고 1개월마다 회수해 야생동물이 울타리에 보이는 반응인 행동유형을 범주화시켰다.

강원 화천군에서 발견된 산양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우선
미개방 지점
에서는 산양, 멧돼지 등 우제류가 주로 울타리를 따라 이동했지만
통과 시도 시 울타리에 의해 이동이 차단되고 있음이 확인
됐다. 특히
산양
의 경우
양구군에서만 포착
됐는데 62.8%는 울타리를 따라 이동, 20.9%는 탐색활동을 한 반면 울타리를 뛰어넘거나 밑으로 통과하려는 시도는 1.3%에 그쳤다. 하지만
산양이 훼손된 울타리로 통과한 수만 118건
에 달했다.

반면
개방지점
에서 우제류는 먹이활동, 머뭄, 통과 등의 행동을 보여 개방구간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는 것으로 분석
됐다.
산양의 경우 57.1%가 울타리를 통과, 2.3%는 재통과했고 회피는 3.4%
에 그쳤다.

국립생태원은 "미개방 지점에서 우제류가 훼손된 부분으로 통과하고, 개방지점에서 통과가 우위를 보이는 점을 확인했다"며 "
개방 시 우제류 이동 제한에 대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요 서식지를 연결하는 곳을 중심
으로
울진군 내를 비롯해 화천군과 양구군으로 이어지는 지역 울타리를 우선 개방
하고, 부분개방 지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가오는 겨울 이전 철거 로드맵, 마련 실행돼야

강원 화천군에서 막힌 ASF차단 울타리 앞을 서성이고 있는 산양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산양 사망 수 추이. 올해는 눈이 덜 온데다 지난해 너무 많이 죽은 탓에 사망 수가 전년보다 많지 않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시민단체는 연구 중간 결과에서 울타리가 산양의 이동 제한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드러난 만큼
하루빨리 철거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고 말한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은 "한국일보와 정부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립공원뿐 아니라 백두대간 보호지역, 천연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 국가보호지역 내 설치된 울타리를 우선 철거할 필요성이 확인됐다"며 "양돈 농가와 거리가 있고 ASF 발생 위험도가 낮은 지역이나 국가보호지역 일대는 선제적으로 철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야생동물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도 ASF 확산 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균형 잡힌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가 울타리 개방 지역 확대 및 존속 여부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폭설이 내린 강원 화천군 내 힘겹게 눈을 맞고 있는 산양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이에 대해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
관계자는 "국립생태원의 연구를 포함해 울타리 관련 연구용역2개가 7월에 끝난다"며 "하반기에 울타리 관련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를 올해 안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유산청
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5일까지
산양 사망 수는 22마리
로 전년 같은 기간 785마리보다 크게 줄었다. 올겨울에 눈이 덜 온 데다 이미 지난해 전체 개체 수의 절반(1,022마리) 이상이 죽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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