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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를 넘어선 ‘인프라’ 회사로 엔비디아를 재정의했다. 이제 엔비디아는 단순한 인공지능(AI) 가속기 개발사가 아닌 AI 혁명의 인프라 전반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황 CEO의 시선은 이제 AI 산업 전반의 ‘기반'을 향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9일(현지 시간) GTC 2025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윤민혁 기자


황 CEO는 19일(현지 시간) 미 산호세에서 진행된 GTC 2025 기자간담회에서 “엔비디아는 이제 AI 인프라 제공사이기에 모두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3~4년 뒤까지의 로드맵을 제공할 필요성이 생겼다”며 “엔비디아는 더 이상 단순히 반도체만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세계를 위한 기초 AI 공장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전날 GTC 2025 기조연설에서 2028년까지 제품 출시 계획을 공개했다. 2년 뒤인 2027년 내놓을 ‘루빈 울트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성능지표와 1TB(테라바이트)라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탑재량까지 적시했다. 통상 현 세대 모델에 이은 차기 모델 1~2개 정도를 소개하는 데 그치는 반도체 업계 통념과는 궤가 다른 행보다.

황 CEO는 “과거 ‘좋은 시절’에는 오늘 풀린 컴퓨터 부품을 구매해 내일 배치하면 그만이었지만 인프라 투자는 최소 2년 전부터 산업 전반이 함께 계획해야 한다”며 “AI 공장(데이터센터)은 매년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뿐만 아니라 물리학의 한계를 시험할 정도로 매우 복잡한 생태계를 지녔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가 올해 GTC에서 반도체 외 네트워크·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등에 힘 준 이유도 ‘탈 반도체 기업’ 행보의 일환이다. 황 CEO는 “엔비디아는 사실 반도체가 아닌 ‘알고리즘 기업’이라며 “칩 설계에 자부심을 갖고 있으나 부차적”이라고 말했다.

황 CEO가 말하는 ‘알고리즘’은 쿠다(CUDA)를 위시한 개발 생태계 전반을 뜻한다. 그는 “엔비디아는 쿠다를 통해 반도체 리소그래피(식각) 업체와 협력하는 유일한 회사이자 세계 최고의 컴퓨터 그래픽스 회사이고 물리학 알고리즘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며 “엔비디아가 알고리즘은 물론 칩부터 네트워크 저장기술까지 모든 생태계를 갖춘 유일한 AI 기업이기에 이렇게 많은 기업들이 GTC를 찾은 것”이라고 했다.

황 CEO는 인프라 기업으로 변모를 꾀하며 AI 산업 전반을 ‘제조업’으로 정의했다. 그는 “AI가 결국 ‘매우 좋은 소프트웨어’이기에 사람들이 제조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AI가 제조업이기에 철강과 같은 타 산업처럼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조업에게는 공급망 안정화가 필수다. 황 CEO는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관세 압박에 관한 질문에 “공급망은 대만이나 멕시코, 멕시코 등 특정 국가에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물론 미국 내 제조가 부족하지만 올해 말이면 훨씬 더 많은 제조시설(파운드리)가 추가 돼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봤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9일(현지 시간) GTC 2025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윤민혁 기자


딥시크 쇼크에 따른 대중 반도체 수출 제재 강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답변에 머물면서도 묘한 답변으로 여지를 남겼다. 황 CEO는 “모든 회사는 법을 준수하는 동시에 고객 수요에 맞춰야 한다”며 “중국은 미국 내 AI 연구원 50%를 배출하는 등 훌륭한 컴퓨터 과학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계속 그렇게 해달라’”고 답했다. 중국이 엔비디아 AI 가속기를 우회 구매하는 점을 암시했다는 분석도 따른다.

최근 보도된 TSMC와의 인텔 파운드리 공동 투자설에 대해서는 “아무도 우리를 컨소시엄에 초대하지 않았다”며 “다름 사람이 관련돼 있을수는 있으나 나는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듯하다”고 잘라 말했다.

삼성전자(005930) HBM 탑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향후) HBM3E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원론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삼성전자와 DDR·그래픽메모리를 함께 제조해왔다는 점에서 희망을 본다”며 “그들은 뛰어난 회사이고 기본적으로 ASIC과 메모리 능력을 결합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고 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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