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사망 시 다른 가입자 연금액 상승
한국형 톤틴 사망보다 ‘계약 해지’에 방점
2022년 출시 저해지 종신형 연금보험과 유사
“전통적 톤틴연금, 국내 정서에 부합하지 않아”
오래 사는 것이 축복보다 불행이 되는 ‘유병장수’ 시대가 다가온다고 합니다. 소득이 없는 노후에 꼬박꼬박 받을 수 있는 연금이 더 중요해진 것이죠. 금융 당국도 이를 염두에 두고 한국형 톤틴·저해지 연금보험을 내년 초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듣는 단어가 많지만 단순합니다. 현재 판매되는 연금보험보다 더 많은 연금을 주는 상품을 내놓겠다는 것입니다. 금융 당국은 한국형 톤틴연금이 일반 연금보험보다 38%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미래는 알 수가 없는 것인데, 어떻게 수십 년 뒤에 연금을 더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일까요. 정확히는 보험사가 아니라 다른 가입자가 나의 연금을 늘려주는 구조입니다. 톤틴연금은 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사망하면 그가 지금껏 냈던 보험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고객의 연금으로 쌓아주는 개념입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한국형 톤틴연금은 가입자가 연금을 받기 전에 사망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면 적립액의 70%만 돌려줍니다. 가령 A씨가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65세(연금 개시)가 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하거나 사망할 경우 1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한국형 톤틴연금은 70만원만 환급한다는 것이죠. 나머지 30만원은 한국형 톤틴연금에 가입한 B·C·D씨의 적립금이 됩니다. B씨 등은 보험료를 더 내지 않아도 연금이 늘어나죠. 반면 A씨는 계약을 해지해 손해를 더 많이 떠안아야 합니다. 한 사람이 더 많은 손실을 볼수록 다른 사람의 이익이 되는 ‘제로섬 게임’과 같죠.
아무도 계약을 해지하지 않으면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가 손해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럴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2023년 처음 공개된 6년 차 보험계약 유지율을 보면 생명보험사는 40%였습니다. 생명보험사 상품에 가입하고 6년이 지나면 10명 중 6명이 계약을 해지하는 셈이죠. 연금보험과 같은 저축성 보험의 해지율은 낮다고 하지만, 저축성 보험을 주로 판매하는 IBK연금보험의 6년차 유지율도 52% 수준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금융 당국은 한국형 톤틴연금 자료를 배포하면서,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처럼 ‘연금 개시(65세) 전’의 경우만 상정해 설명했습니다. 연금 개시 후 조기 사망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65세가 지나 연금을 받은 지 1년 만에 갑자기 사망하면 받아야 할 연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해지지 않은 것입니다.
현재 판매되는 연금보험은 조기 사망 시 남은 연금을 유가족에게 돌려줍니다. ‘10년 보증’과 같은 조건이 붙어있는 상품이 대표적입니다. 연금 개시 후 10년 안에 사망하면 받지 못한 연금은 가족에게 돌아가니 안심하라는 의미입니다. 반면 전통적인 톤틴연금은 남은 연금조차 가족이 아닌 다른 계약자의 연금으로 지급합니다. 다른 사람이 사망하면 내 연금액이 늘어나는 것이죠.
금융 당국은 연금 개시 후 조기 사망할 경우 남은 연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 추가 논의하겠다는 방침인데요. 결국에는 지금과 동일하게 남은 연금을 가족에게 돌려주는 쪽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평생 고생하며 냈던 보험료를 생판 남에게 준다는 반감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형 톤틴연금은 오직 연금 개시 전에 사망 또는 계약 해지가 발생해야 연금액이 높아지는 상품이 됩니다. 더구나 금융 당국은 소비자 정서를 고려해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납입한 보험료 이상을 돌려줘야 한다는 기준도 세웠습니다. 결국 한국형 톤틴연금의 연금 인상 효과 38% 중 가입자 사망에 따른 효과는 2%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형 톤틴연금을 톤틴연금으로 부를 수 있는지 아리송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전통적인 톤틴연금은 가입자의 사망을 전제로 한 개념인데, 한국형 톤틴연금은 사망보다 계약 해지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계약을 중도 해지하면 환급금을 적게 지급하는 저해지 상품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죠. 한국형 톤틴연금과 유사한 저해지 종신형 연금보험은 2022년부터 이미 판매되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해외의 톤틴연금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국내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라며 “국내 소비자들은 사망 시 납입한 보험료 정도는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정서를 접목한 것이 한국형 톤틴연금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형 톤틴 사망보다 ‘계약 해지’에 방점
2022년 출시 저해지 종신형 연금보험과 유사
“전통적 톤틴연금, 국내 정서에 부합하지 않아”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어르신 구직자가 비치된 PC를 이용하고 있다. /뉴스1
오래 사는 것이 축복보다 불행이 되는 ‘유병장수’ 시대가 다가온다고 합니다. 소득이 없는 노후에 꼬박꼬박 받을 수 있는 연금이 더 중요해진 것이죠. 금융 당국도 이를 염두에 두고 한국형 톤틴·저해지 연금보험을 내년 초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듣는 단어가 많지만 단순합니다. 현재 판매되는 연금보험보다 더 많은 연금을 주는 상품을 내놓겠다는 것입니다. 금융 당국은 한국형 톤틴연금이 일반 연금보험보다 38%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미래는 알 수가 없는 것인데, 어떻게 수십 년 뒤에 연금을 더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일까요. 정확히는 보험사가 아니라 다른 가입자가 나의 연금을 늘려주는 구조입니다. 톤틴연금은 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사망하면 그가 지금껏 냈던 보험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고객의 연금으로 쌓아주는 개념입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한국형 톤틴연금은 가입자가 연금을 받기 전에 사망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면 적립액의 70%만 돌려줍니다. 가령 A씨가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65세(연금 개시)가 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하거나 사망할 경우 1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한국형 톤틴연금은 70만원만 환급한다는 것이죠. 나머지 30만원은 한국형 톤틴연금에 가입한 B·C·D씨의 적립금이 됩니다. B씨 등은 보험료를 더 내지 않아도 연금이 늘어나죠. 반면 A씨는 계약을 해지해 손해를 더 많이 떠안아야 합니다. 한 사람이 더 많은 손실을 볼수록 다른 사람의 이익이 되는 ‘제로섬 게임’과 같죠.
아무도 계약을 해지하지 않으면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가 손해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럴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2023년 처음 공개된 6년 차 보험계약 유지율을 보면 생명보험사는 40%였습니다. 생명보험사 상품에 가입하고 6년이 지나면 10명 중 6명이 계약을 해지하는 셈이죠. 연금보험과 같은 저축성 보험의 해지율은 낮다고 하지만, 저축성 보험을 주로 판매하는 IBK연금보험의 6년차 유지율도 52% 수준입니다.
일러스트=조선DB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금융 당국은 한국형 톤틴연금 자료를 배포하면서,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처럼 ‘연금 개시(65세) 전’의 경우만 상정해 설명했습니다. 연금 개시 후 조기 사망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65세가 지나 연금을 받은 지 1년 만에 갑자기 사망하면 받아야 할 연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해지지 않은 것입니다.
현재 판매되는 연금보험은 조기 사망 시 남은 연금을 유가족에게 돌려줍니다. ‘10년 보증’과 같은 조건이 붙어있는 상품이 대표적입니다. 연금 개시 후 10년 안에 사망하면 받지 못한 연금은 가족에게 돌아가니 안심하라는 의미입니다. 반면 전통적인 톤틴연금은 남은 연금조차 가족이 아닌 다른 계약자의 연금으로 지급합니다. 다른 사람이 사망하면 내 연금액이 늘어나는 것이죠.
금융 당국은 연금 개시 후 조기 사망할 경우 남은 연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 추가 논의하겠다는 방침인데요. 결국에는 지금과 동일하게 남은 연금을 가족에게 돌려주는 쪽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평생 고생하며 냈던 보험료를 생판 남에게 준다는 반감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형 톤틴연금은 오직 연금 개시 전에 사망 또는 계약 해지가 발생해야 연금액이 높아지는 상품이 됩니다. 더구나 금융 당국은 소비자 정서를 고려해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납입한 보험료 이상을 돌려줘야 한다는 기준도 세웠습니다. 결국 한국형 톤틴연금의 연금 인상 효과 38% 중 가입자 사망에 따른 효과는 2%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형 톤틴연금을 톤틴연금으로 부를 수 있는지 아리송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전통적인 톤틴연금은 가입자의 사망을 전제로 한 개념인데, 한국형 톤틴연금은 사망보다 계약 해지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계약을 중도 해지하면 환급금을 적게 지급하는 저해지 상품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죠. 한국형 톤틴연금과 유사한 저해지 종신형 연금보험은 2022년부터 이미 판매되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해외의 톤틴연금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국내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라며 “국내 소비자들은 사망 시 납입한 보험료 정도는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정서를 접목한 것이 한국형 톤틴연금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