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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성장·흥행작 실종에 텅 빈 영화관
메가박스·롯데시네마도 실적 부진
아이돌 공연 틀고, 야구 경기 생중계... 콘텐츠 다양화 추진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운영사인 CJ CGV가 실적 부진에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있다. 지난달 직원 80명을 내보내는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 이어 이달 중 영화관 4개를 폐관한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가 본격화 한 가운데, 영화 관람객 수가 회복되지 못하자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한때 14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도 5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송파 CGV 등 4개 점 이달 폐관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GV는 오는 23일 서울 송파점과 인천 연수점, 31일 창원점과 광주터미널점 등 4개 점을 폐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국내 CGV 영화관 수는 192개로 줄게 된다.

이는 지난달 희망퇴직 후 이어진 결정으로 주목된다. CGV는 지난 2월 근속 7년 이상 대리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이를 통해 80여 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그래픽=손민균

업계에선 극장 관객 수 감소에 따른 고육지책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관 총관객 수는 1억2313만명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팬데믹 이전(2017∼2019년) 평균 관객 수(2억2098만명)와 비교하면 56% 수준에 그쳤다.

CJ CGV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이 회사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9579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759억원으로 54% 늘었다. 그러나 이는 작년 6월 편입된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 편입 효과에 따른 것이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76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CJ CGV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영화시장 자체가 역성장하는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마냥 좋아질 거란 기대감만 가질 수는 없어 체질 개선 및 효율화를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적 부진에 대한 불안감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6년 1월 한때 14만원까지 치솟았던 CGV 주가는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이달 들어 5000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9일 CJ CGV 주가는 전날보다 5원 오른 4875원에 거래를 마쳤다.

메가박스·롯데시네마도 실적 부진

이는 CGV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쟁사인 메가박스는 지난해 13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5년 연속 적자를 봤다. 롯데컬처웍스가 운영하는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영업이익 3억원을 기록했으나, 이는 베트남 매출 증가에 따른 것으로 국내 사업은 부진한 상황이다.

그래픽=손민균

업계에는 국내 영화 사업 부진의 원인으로 OTT의 성장과 흥행작 부재 등을 꼽는 시각이 많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한국 영화・영상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조3322억원으로, 이중 극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5.9%, OTT 비중은 61.6% 수준이다. 2019년만 해도 극장 비중이 52.5%, OTT 비중이 42.7%였으나 5년 새 점유율이 역전됐다. 영화 산업이 쪼그라들면서 영화 투자 동력도 사라져 흥행작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영화관 운영이 안 된다고 당장 폐관을 할 수도 없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영화관은 15~20년의 장기 계약으로 이뤄지는 구조로 실적이 어렵다고 쉽게 문을 닫고 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구 경기 생중계 등 위기 돌파 분주
업계는 당장 국내 영화 시장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영화 외 콘텐츠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CGV는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업무협약을 맺고 영화관에서 야구 경기를 상영하기로 했다. 이달 22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매주 일요일 두 경기, 정규시즌·올스타전·포스트시즌 경기를 생중계로 선보일 예정이다. CGV는 앞서 임영웅, BTS, 아이유 등 유명 가수의 공연 실황을 상영해 성과를 낸 적이 있다. 확실한 팬덤을 가진 콘텐츠를 공략해 관객을 끌어모은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영화 팬들을 위해 ‘4면 스크린 X관’ 등 기술 특별관을 통한 차별화에도 매진한다. 이를 위해 CGV는 지난 17일 삼성전자, 하만과 함께 인공지능(AI) 혁신을 통한 미래형 영화관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영화 시장이 성장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한 상영관 확대에도 주력한다.

CJ CGV 관계자는 “코로나를 거치며 콘텐츠를 즐기는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기술을 통한 상영관의 업그레이드와 콘텐츠의 다양성 등 두 개의 축을 방향성으로 잡고 성장을 도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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