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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 김 DKI APCSS 교수 인터뷰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해 늑장 대응 논란에 휩싸인 한국 정부가 뒤늦게 지정 철회에 총력을 걸고 있다. 이번주 방미하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시작으로 관계부처 고위급 인사의 연쇄 방미를 통해 명단 발효일인 4월15일 전까지 대미 외교력을 총동원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한국이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더 큰 양보”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고 미국 국책연구기관 소속 전문가가 전망했다.

미 국방부 산하 ‘대니얼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 안보 연구센터’(DKI APCSS)의 라미 김 교수(사진)는 18일(현지시간) 기자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에서 내린 결정이므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지정 해제) 결정이 대가 없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며, 한국은 더 중요한 양보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포함된 사유에 대해 “연구와 관련한 광범위한 보안 취약성”이 요인이 됐을 수 있다면서도 한국 정치권의 핵무장론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을 둘러싼 우려가 두루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은 반복적으로 핵무장을 지지했고, 윤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로 인해 안정성에 우려가 나왔으며 특히 (윤 대통령이) 북한을 군사적 충돌로 자극하려 했다는 정황까지 제기된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국 외교부가 외교정책과 무관한 보안 관련 문제를 지정 사유로 설명한 데 대해선 “일말의 진실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조태열 외교장관이 공개적으로 핵무장 추진을 시사한 만큼 외교부로서는 이런 식으로 문제를 프레이밍하려 할 수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달 미 평화연구소 간행물에 실은 기고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가 “지도자 한 명의 변덕에 따라 핵무기 등 군사력이 동원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이 핵무장 국가로서 책임 있게 행동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한국은 핵무기를 옹호하기 전에 먼저 민주주의와 법치를 회복해 책임 있는 국가로 행동할 것이라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라미 김 미 국방부 ‘대니얼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 안보 연구 센터’(DKI APCSS) 교수. DKI APCSS 제공


에너지부의 이번 조치는 여권은 물론 야권 일각도 주장해 온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핵 잠재력’ 확보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20% 미만 저농축우라늄의 경우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농축할 수 있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금지된다. 김 교수는 “(민감국가 지정은) 한국이 농축·재처리 역량 개발과 관련해 미국의 승인을 얻는 과정을 현저하게 방해할 것”이라며 “(한·미 협정을) 우회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원료 물질을 확보하려 한다면 미국과의 관계에 심각한 긴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에너지부의 “현재 한국과의 과학·기술 협력에 제한은 없다”는 설명을 근거로 민감국가 지정에 따른 파장을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발효 시 당장 연구·교류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것은 물론, 한·미 간 신규 협력에도 지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식통들은 “기업 등 민간 부문의 첨단 기술 협력까지 위축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새로운 협력 기회가 부상할 경우 미국 정부는 이를 사전에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 내 핵무장 여론과 관련해선 “비확산 규범은 미국 주류 안보 서클과 국제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공감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핵무장은 세계 비확산 체제에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으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잠재적 (핵무장) 국가를 막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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