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빨리 파면해도 모자란 윤
민의 외면한 선고 늑장은 방임”
민의 외면한 선고 늑장은 방임”
19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행동’에서 참석자들이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하루빨리 선고해도 모자란 데 이쯤 되면 방임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기일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찬바람과 함께 전날보다 체감온도가 뚝 떨어진 19일 저녁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11일째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매일 긴급집회’(긴급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헌재 선고 지연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지금 가장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일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심판 선고를 촉구했다.
집회 시작 전 만난 구영미(49·인천)씨는 온몸에 핫팩을 붙이고 광장 맨 앞자리에 앉아있었다. 윤 대통령 석방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동네 친한 동생과 함께 오후 5시에 이곳에 도착해 자리를 지킨다고 했다. 구씨는 “비상계엄 이후 선진국이었던 나라가 후진국보다 더한 나라가 된 꼴을 참을 수 없다”며 “23·21·18살인 3남매 자녀에게 더 평화롭고 민주적인 나라를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 추위를 무릅쓰고 나온다”고 말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이 커지는 게 사실”이라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서 왔다는 고민정(가명·46)씨 자매는 “우리 사회의 기본 상식을 지키는 최후 보루가 사법부인데, 설마 이 보루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면서도 “비상계엄 이후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세상이었는데, 더한 세상을 만나게 될까 걱정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같이 힘없는 사람들은 어디 가서 이야기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에서 온 김원국(64)·김영숙(60)씨 부부는 “헌재가 분명한 이유 없이 선고 날짜를 잡지 않고 있는데 혹시 정치적인 판단을 하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반대세력에 대한 구금·체포가 불 보듯 뻔한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무대에 오른 발언자들은 헌법재판소를 향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최휘주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헌재가 오늘도 선고일정을 발표 안 했다. 모든 국민들이 ‘오늘만큼은 오늘만큼은’ 하면서 기다리는데 더 이상 늦으면 안 된다고 선고 기일 확정을 간절히 바라는데 헌재는 그것을 저버렸다”며 “헌재가 늑장 부리는 동안 11일차 단식을 진행하던 비상행동 의장 두 명이 병원 긴급이송됐다. 헌재가 민의를 돌아보지 않고 계속 늑장을 부린다면 헌재를 규탄하는 구호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 공동의장은 “윤석열 파면의 답은 정해져 있고 헌재는 대답만 하면 한다. 빛의 광장을 열었던 청년들이 앞장서 나가겠다. 헌재는 윤석열 지금 당장 파면하라”고 외쳤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한여빈씨도 “우리가 언제까지 헌재 선고일을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국가가 움직이기 전 국민이 움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20대 성소수자라고 본인을 소개한 김현빈씨는 “나라로부터 받은 은혜도 없으면서 위기가 일어나면 일어나는 민중이 민주주의를 넓혔다. 평범한 사람들과 소수자, 약자, 민중의 이름으로 정치검찰과 극우세력, 국민의힘 등 ‘우리 사회의 윤석열들’을 파면하고 세상을 바꾸자”고 말했다. 이리예씨는 “내란성 스트레스와 피로에 시달려 우리 너무 안녕하기 힘들다. 우리의 안녕을 위한 판결을 기약 없이 미루고 있는 게 누구냐. 하루빨리 선고해도 모자란 데 뭘 망설이냐. 이쯤 되면 방임”이라고 헌법재판소를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