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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김신 가족부장 휴대폰서 통화 녹음 확보
"이재명 대표도 쏘고 나도 자결하고 싶은 심정"
尹이 총기 사용 영장 집행 막으려 했는지 수사
대통령실·경호처 본보 관련 질의에 "입장 없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9월 20일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뉴욕=뉴시스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 직후 대통령경호처 사무실에 찾아가 "총 안 쏘고 뭐했느냐"며 강하게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 여사의 발언이 총을 써서라도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려 한 유력한 증거로 보고 있다.

1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서부지검에 제출된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구속영장 신청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고 검찰은 경찰이 새로 추가한 증거에 대한 검토를 마친 뒤 영장을 청구했다.

김 여사는 지난 1월 15일 윤 대통령이 체포된 후 한남동 관저 내에 있는 가족경호부 데스크(사무실)로 찾아가 장시간 극노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관들이 영장 집행을 막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경호처에 실망했다. 총 그런데 쓰라고 놔뒀는데, 총 안 쏘고 뭐했느냐"고 경호관들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 여사는 또 "마음 같아서는 이재명 대표도 쏘고 나도 자결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가족경호부 데스크에 여러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신 가족부장은 잠시 자리를 비웠고, 김 여사의 분노에 놀란 경호관이 김 부장에게 이 상황을 전화로 직보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본부장)은 2월 중순 김 부장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휴대폰을 여럿 확보했다. 경찰은 김 부장의 휴대폰을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경호관이 당시 상황을 김 부장에게 전하는 통화 녹음을 확보했다. 경찰은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당시 '총기 사용'에 대한 의사가 있었고, 경호관들에게도 총기 사용을 지시한 정황으로 해석하고 있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오른쪽)이 윤 대통령을 경호하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경찰의 1차 체포영장 집행(1월 3일)이 실패한 뒤인 1월 10일 경호처 부장단 오찬에서도 총기 사용 검토를 언급했다. 당시 박종준 경호처장은 오전에 경찰에 출석하며 사의를 표명했고,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 때) 총을 쏠 수는 없느냐"라고 말하자 김 차장이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광우 본부장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1월 15일) 전에 경호관들에게 "관저 무기고에서 MP7(기관총) 2정과 실탄 80발을 꺼내 관저 내 가족경호부에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기관총과 실탄이 가족경호부 쪽으로 옮겨지자 경호관들에게 "(관저 인근) 제2정문이 뚫린다면 기관총을 들고 뛰어나가라"는 지침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경호관들이 이행하지 않아 2차 영장 집행 당시 경찰과 경호 인력 사이에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윤 대통령 측은 그간 "대통령은 경호처에 물리력을 사용하지 말고 마찰 없이 대응할 것을 강조했다"며 "총기 사용을 지시한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대통령실과 경호처는 이날 김 여사 발언과 관련한 본보 질의에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고, 대통령실 비화폰(보안 처리된 전화) 통신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특수공무집행방해 등)를 받는다. 두 사람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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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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