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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위, "조조지 불교 성전 등재해야"
한국 문화유산, 일본 주도로 등재되나
히로시마 원폭 사진 심의는 보류될 듯
고려 시대에 목판으로 제작·인쇄된 불교 경전인 ‘무량수전’의 일부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한 '사찰 조조지 소장 3종 불교 성전 총서’에 포함돼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 도쿄 사찰이 소장한 고려대장경 등 한국·중국의 불교 대장경 인쇄본이 다음 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실현될 경우 한국의 대표 문화유산이 일본 정부 주도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셈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는 일본 정부가 신청한 '사찰 조조지 소장 3종 불교 성전 총서'와 관련해 "등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AC는 이번에 세계 각국이 등재를 신청한 122건 중 조조지 소장 불교 성전을 포함한 74건을 '등재 후보 목록'에 올렸다. 실제 등재 여부는 다음 달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조조지 불교 성전의 등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조지 불교 성전은 중국 남송 시대(12세기)와 원나라 시대(13세기), 한국 고려 시대(13세기) 때 대장경 목판으로 찍은 불교 인쇄물이다. 17세기 초 에도 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수집해 조조지에 기증한 것으로, 중국과 고려 인쇄물을 합치면 총 1만2,000점에 달한다.

일본 히로시마 시민들이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79주년인 지난해 8월 6일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 위령비에 헌화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히로시마=EPA 연합뉴스


세계기록유산은 유네스코가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자 지정해 관리하는 문화유산으로, 2년마다 국가별로 최대 두 건을 신청받아 심사한다. 일본 정부는 2021년과 2023년에 조조지 불교 성전 등재를 시도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당시 한국에선 '다른 나라 유물을 등재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세계기록유산은 원칙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기원한 기록물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식민 지배국이 식민지에서 강탈한 기록물을 등재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합천 해인사에 소장된 고려대장경 목판 인쇄물인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팔만대장경)은 이미 200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일본이 조조지 불교 성전과 함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한 '히로시마 원폭의 시각적 자료-1945년 사진과 영상'은 심의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록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1945년 8월 6일부터 그해 말까지 촬영한 사진 1,532점과 동영상 2점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일본의 원폭 피해만을 다뤘을 뿐 일본의 전쟁 침략국으로서의 가해 기록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와 유네스코가 (심의 보류)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회원국 일부가 이의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원폭 투하 80주년인 올해 히로시마 원폭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유네스코의 심사 보류로 일본 정부의 구상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앞서 2015년 중국이 난징대학살 관련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자 다른 회원국이 이의를 제기하면 관계국들이 합의할 때까지 등재 절차를 중단하는 관련 규정 변경을 주도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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