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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서울시가 19일 한 달여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결정을 뒤집고 강남 3구 및 용산구까지 확대 지정한 가운데,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상가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이 게시돼있다. 한명오 기자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아파트 리센츠 인근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선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이날 서울시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발표되자 문의가 쇄도했다. 15분 만에 다섯 통의 문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

중개사 박모씨는 “평소보다 문의가 많다”며 “주로 매도자들이 ‘(주말에) 매수자가 오는 게 맞냐?’ ‘토허제 재지정되면 어떻게 되느냐’며 걱정하는 전화들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한 달 만에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니 정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인근 잠실엘스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에도 한 매도희망자가 “언제 이 집을 팔 수 있겠냐”라며 우려하며 문의 전화를 걸었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재지정 후폭풍이 거세다. 규제 해제 후 35일 만에 입장을 바꿔 정책 신뢰도를 무너뜨렸고, 규제 적용 대상이 당초 서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에서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의 모든 아파트로 확대되면서 지역 주민들과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더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토허제 재지정으로 집값 과열은 누그러지겠으나, 집값 하락은 제한적이라 전망했다. 일각에선 “집값도 못 잡고 정책 신뢰도까지 망가뜨린 최악의 한 수”라고 맹비난한다.

시장의 충격은 크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설마 해제를 번복할까 했는데 오히려 확대 재지정해서 충격”이라며 “‘일단 급한 불 끄자’는 건데, 한 달 만에 정책이 왔다갔다 하니 당국에 대한 신뢰성을 완전히 잃고 시장은 혼란에 빠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규제 범위 확대로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거주하는 강모(35)씨는 “우리 동네는 기존 토허제 대상도 아니었는데 이번에 포함됐다”며 “같은 구여도 동마다 격차가 심하고 집값 안 오른 곳도 있는데 갑자기 한꺼번에 묶여버리니 피해를 보게 됐다. 기껏 규제를 풀더니 그걸 왜 다시 확대하나”라고 토로했다. 강씨가 사는 아파트 입주민 다체대화방에선 “매매가 더 안 되겠다” “우리 아파트는 안 올랐는데도 규제를 받게 됐다”고 성토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토허제 재지정이 오는 24일부터 시행되면서 남은 기간 눈치싸움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말까지 강남 3구의 부동산들은 불날 것”이라며 “상급지 갈아타기를 위해 미리 자기 집을 판 사람들은 이번에 안 사면 갈 곳이 없다. 꼭 계약해야 하는 사람들은 (가격) 꼭지에 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오는 9월말까지 토허제 재지정을 한시 적용키로 하면서 오는 10월 매매를 고려하는 움직임도 있다. 이날 한 잠실엘스 매도희망자가 “우리 집을 30억원에 팔 수 있냐?”고 묻자 중개사는 “주말까지 당장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9월말에 해제된다니까 8월쯤부터 상황을 보자”고 답했다.

다만 6개월 뒤 실제 해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은 “9월에 다시 토허제를 해제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토허제 해제 후 집값 과열을 사람들이 봤는데 쉽게 풀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번 토허제 해제 후 가격 변동을 봤으니 ‘다음에도 오르겠지?’라는 것이 시장심리”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토허제 재지정으로 서울 집값 급등은 가라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강남권과 용산구에 토허제가 적용돼 갭투자나 ‘포모(기회상실우려)’ 수요가 줄며 거래도 주춤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실거주가 불가능한 외지인 주택 매입 수요가 많이 줄어 실거주 시장으로 재편 예상된다”며 “투자심리 둔화로 가격 상승세도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일시적 하락은 있을 수 있지만 공급 부족과 추가 기준금리 인하까지 맞물리면 반등 가능성이 크다”며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자산가 선호 지역이고 실거주 목적 수요도 탄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풍선효과 부작용이 우려된다. 함 랩장은 “서울 주택 구매 수요는 토허제로 묶이지 않은 한강 변 등으로 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마포 성동이라도 빨리 사놓자’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허제 재지정에 대한 혹평도 이어졌다. 김인만 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최악의 한 수”라며 “집값도 못 잡았고 정책 신뢰성은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엄밀히 말해 강남 집값 상승은 오세훈 시장만의 탓이로 볼 수 없다. 공급부족·금리인하·다주택자 규제·지방소멸 등 사회적 현상인데 이에 대한 메시지 관리는 전혀 없었다”며 “처음부터 해제를 안 하든지, 규제에 따른 시장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해제했다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고 강조했다.

양 수석도 “과거 토허제 지정기간에 투자수요가 차단돼 시장이 왜곡된 상태였기 때문에 규제 완화 후 단기간 가격 급등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며 “곧바로 재규제 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과 시장 자율 조정 기능을 고려하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책은 일관되고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단기간에 번복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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