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광화문홀에서 열린 제8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도수치료와 같이 과잉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비급여 의료행위를 ‘관리급여’로 지정해 본임부담률을 95%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역에서 24시간 진료, 필수의료 분야 진료를 할 거점 2차병원을 육성하기 위해 3년간 2조3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19일 제8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료개혁 제2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의료개혁 추진을 위해 지난해 4월 발족한 의개특위는 지난 8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 등을 포함한 1차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연말에 2차 실행방안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비상계엄사태 후폭풍으로 해를 넘겨 발표 시기가 늦어졌다. 2차 실행방안은 의개특위 산하 4개 전문위원회 중 3개 전문위원회와 관련된 개혁안이다.
과잉 진료 의료행위 ‘관리급여’화, 5세대 실손 자기부담률↑
정부가 도수치료와 같이 과잉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비급여 의료행위를 ‘관리급여’로 지정해 본인부담률을 높이고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관리하는 방안을추진한다. 지역에서 24시간 진료, 필수의료 분야 진료를 할 거점 2차병원을 육성하기 위해 년간 2조3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19일 제8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료개혁 제2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4월 발족한 의개특위는 같은 해 8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 등을 포함한 1차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연말에 2차 실행방안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비상계엄사태 후폭풍으로 해를 넘겨 발표 시기가 늦어졌다. 2차 실행방안에는 비급여·실손 관리, 2차 병원 기능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과 관련된 개혁방안이 담겼다.
그간 비급여 의료행위는 과잉의료를 유발해 건강보험 재정 낭비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정부는 우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 중에 꼭 필요한 항목은 급여화를 추진해 관리하기로 했다.
진료비·진료량 증가율과 가격편차가 크고 오남용 우려가 있는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내 ‘관리급여’로 전환한다. 선별급여제도 내 ‘관리급여’를 신설해 가격과 진료기준을 정하는 방식이다. 비급여 진료는 비용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데, 관리급여로 지정되면 비용의 5%를 건보가 부담하고, 환자가 95%를 낸다. 건보가 재정을 일부 지출하는 대신 비급여 가격 체계와 진료 기준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당초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비 상위 10개를 관리급여 우선 적용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소비자와 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사결정체계를 마련해서 더 논의하기로 했다. 5년에 한 번씩 관리급여 항목별 평가를 해서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마늘주사’ ‘영양주사’ 등으로 의료기관마다 다르게 사용되는 비급여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명칭·코드를 표준화한다. 또 ‘비급여 통합 포털’(가칭) 사이트를 만들고 비급여 항목별 가격·총진료비·안전성 등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미용성형이나 라섹 등 미용·성형목적으로 비급여 의료행위를 받으면서,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급여 진료를 병행하는 경우에 한해 급여적용을 제한하는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5세대 실손보험’이라 불리는 차세대 실손보험은 기존 실손보험보다 보장 내역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외래 진료의 경우 4세대에서는 18% 수준인 건보 본인부담률은 5세대에서 81% 수준으로 높아진다. 실손보험이 적용되면 본인부담률이 낮아져서 과잉 의료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5세대 부터는 가입 시에 중증과 비중증으로 특약을 나눠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보장범위와 자기부담률을 다르게 해서, 소비자 보험료 부담이 달라지게 하기 위해서다. 실손보험 개편의 구체적인 내용은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확정해 발표한다.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주요 내용.
지역 거점 2차 병원 육성에 3년간 2조3000억원 투입
앞서 의개특위는 지난해 8월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환자 진료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입원 병상 수를 줄이고, 중증·희귀 질환 수가를 높이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상급종합병원 47곳 모두 이 사업에 참여 중이다.
이번에 발표한 2차 실행방안은 2차 병원이 지역 거점 병원으로 기능하면서 포괄적인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이하 환자의 입원 치료 중심으로 진료를 보고, 24시간 응급 수술 등을 할 수 있게끔 지역 포괄 2차 종합병원을 육성할 계획이다. 중환자실·응급의료 행위·24시간 진료 등과 관련된 수가를 올려서 보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같은 변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3년간 총 2조원의 재정을 투입하는데, 이중 30%는 성과 평가를 통해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심·뇌, 외상, 응급, 소아, 분만 등을 ‘필수특화기능’으로 지정하고 이를 제대로 수행하는 2차 병원에도 보상을 강화한다. 필수특화 전문진료 기능에 대한 평가체계를 만들고, 이를 만족할 시에 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3년간 총 3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한다.
이밖에 1차의료 수요가 높은 지역의 65세 이상 등을 대상으로 환자 중심의 지속적 진료를 제공하는 ‘1차의료 혁신 시범사업’도 실시해 성과에 따라 보상할 계획이다.
의료기관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서 기소 여부 결정
의료사고 발생 시 지난하게 이어지는 법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이날 발표했다.
우선 의료사고 발생 시에 환자와 의료진 간에 의료사고 설명 및 소통 활동에 대한 절차를 정하고, 이를 법제화하기로 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도리상 사과의 뜻을 밝혔을 때 수사나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되지 않도록 소통 과정을 정하고, 관련 교육이나 제도 운영을 국가가 지원하기로 했다.
의료사고에 대비해 모든 의료기관이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한다. 소액 사건은 신속하게 배상하고, 필수의료는 5억원 이상의 특별배상이 가능하게끔 공적 기능을 강화한 보험상품을 정부 주도로 개발하기로 했다. 환자 사망 등 중대 사건은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조정 결과에 따라 보험자가 배상금을 반드시 지급하게 할 계획이다.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에 대한 잦은 소환 조사와 수사·재판의 장기화는 그간 필수의료 분야 진료를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의료계·수요자·법조인이 20여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칭·심의위)를 신설한다. 심의위는 의료사고 발생 후 150일 이내에 필수의료 및 중대 과실 여부를 심의한다. 심의위는 중대 과실이 아닌 경우에 대해 기소 자제를 권고할 예정이다.
또한 환자와 의료진 간에 조정성립이 되거나 합의를 할 경우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도 폭넓게 인정되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경상해에만 적용하는 반의사불벌 범위를 중상해까지 확대한다. 다만 사망사고는 필수의료 분야에 한정해서만 반의사불벌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망사고의 경우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의개특위가 내놓은 안들은 업계 의견 수렴, 관련 법 개정 등 제도 정비를 거쳐야 해 실행까지는 여러 단계가 남아있다. 시민단체, 의료계 등은 정부안의 방향성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심의위 운영 방안이 의료진에게 과도한 특혜를 부여한다고 비판했다. 연합회는 “(현재 안대로면)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거의 모든 의료사고가 단순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 되고, 사망의 경우에도 형의 임의적 감면 특혜를 받게 된다”며 “의사에게 우리나라 어떤 다른 직종 종사자에게도 허용되지 않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관련 형사특권을 주는 위헌적인 안”이라고 평가했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2차병원을 육성한다고 하지만 이윤이 발생하지 않으면 민간병원은 의료공백지 등 지역에 병원을 설립할 이유가 없다”며 “이번 방안에는 지역병원 육성, 공공병원 육성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이날 의개특위 회의 직전 열린 브리핑에서 “의료계와 시민사회 일부에서는 의료개혁을 중단해야 한다는 말씀도 하시지만 개혁 내용은 정치적이거나 상황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 게 아니라 10년, 20년 동안 계속 제기된 의료 문제에 대한 대책”이라며 “이런 것들은 언제 해도 해야 할 일이며 적기에 해야 할 일들”이라고 취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