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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돌아오는 건가”…학생들 ‘묵묵부답’
19일 오후 서울 중앙대 의대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열린 의대 학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김송이 기자


“와준 걸 고마워해야겠어요. 어느 학교는 (학장이) 보자고 했더니 한 명도 안 나타나서 울분을 토하고 계시던데,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

중앙대 102관 대강당은 모처럼 학생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쩍했다. 19일 오후 2시에 열린 ‘의대 학장과의 간담회’를 찾은 의대생들이 자리를 채운 덕분이었다. 김미경 중앙대 의대 학장은 강당에 모인 학생들을 둘러보며 고마움을 표했다.

의대생들은 처음엔 문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모였는지 눈치를 봤다. 하나둘 자리잡기 시작하더니 간담회 시작 전 150여 명이 순식간에 강당에 가득찼다. 중앙대 의대 정원은 한 학년에 86명이다.

이날 오전 의대를 둔 40개 대학 총장들은 의대생의 집단 휴학을 반려하겠다는 방침에 합의했다. 김 학장은 “얼굴이라도 한번 보자 싶은 마음으로 오늘 (간담회에) 오라고 했는데 2~3일 사이에 모든 대학이 너무 강경모드로 갔다. 내가 겁도 나고, 오늘 만나지 말까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일단 좀 지켜보자”고 말했다. 등록 마감 일자가 빠른 다른 대학들의 상황을 지켜보자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가 제일 1번 타자는 아니니까. 여러분한테도 얘기하잖아요. 그냥 좀 지켜보다 묻어가자.”

김 학장은 그러면서도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며 복귀할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김 학장은 “내년도 3058명 정원 복귀시킨 건 교육부가 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였다”고 답답해하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는 장기화된 의·정 갈등에서 일단 ‘무승부’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김 학장은 “지금 이 전쟁은 무승부로 하고 끝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어느 선에서 서로 양보를 하고 무승부로 끝내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업 복귀생을 조롱하거나 수업 방해 행위에 대해서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김 학장은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에 대해 비난 같은 걸 하지 말라. 관심을 두지 말라”라며 “복귀했다고 해서 걔네가 너네한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다”고 했다. 김 학장은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잘 조성해놓고 있겠다”며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책이나 보고 있자. 그래도 돌아올 준비를 좀 하자”고 했다.

김 학장은 교육부와 의대생, 학교 측의 눈치를 모두 봐야 하는 의대 학장의 복잡한 속내를 토로했다. 김 학장은 “이번주가 되면서 ‘우리 학교에도 뭔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하고 진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며 “우리가 해왔던 대로 최선의 노력은 할 것”이라고 했다.

김 학장은 교육부 방침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그는 “올해 내려온 교육부 가이드는 원칙적으로 간다는 것”이라며 “학사 일정을 연기하는 것도 불가하고 사실 학교가 그 방침을 벗어나서 뭘 하는 건 사실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교육부의 제재까지 들어가면 학교로선 굉장히 치명적이고 온갖 질타가 또 의대로 오게 된다”고도 했다.

지난 4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게시판에 복귀 상담 센터 운영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집단 휴학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최근 일부 대학 의대생들은 복귀를 촉구하는 의대 학장단에 ‘배신자’ 딱지를 붙이고 있다. 의대생들 사이에서 중앙대 의대는 그 중 ‘학장이 그래도 학생 편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 학장도 “우리가 40개 의대 중 아마 가장 평온한 대학이었을 것”이라며 “잘해주고 싶어도 잘해줄 수 없는 일이 벌어질까 두렵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수업에 돌아오지 않는 학생들에게 김 학장은 “어떻게 해야 돌아오는 건가요?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다. 돌아오긴 돌아와야 할 것 아니야”라며 재차 질문했지만 대답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김 학장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이 있었지만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틀어놓고 보는 학생도 보였다.

간담회 말미에 한 학생이 “24학번과 25학번 복귀 시 더블링(두 개 학번이 동시 수업을 듣는 상황)이 발생할 텐데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묻자 김 학장은 “(수업을) 분리해서 하려고 고민은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지금 여기서 얘기할 순 없다”고 했다.

숨죽였던 학생들은 간담회가 끝난 뒤 긴장이 풀린 얼굴이었다. 한 학생은 동기들과 “결국 21일까지 기다려보라는 거네”라고 했고, 또 다른 학생은 “너무 학장 개인의 넋두리 아니냐”며 친구와 웃어 보였다.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것으로 보이는 학생들은 “요즘 무슨 자격증 준비하냐” “오랜만에 본다” 등 인사를 나누며 캠퍼스로 흩어졌다.

40개 의대 “휴학계 안 받는다” 합의…누가 먼저 제적 나서나 ‘눈치싸움’의대를 둔 40개 대학이 의대생들이 동맹휴학 차원에서 제출한 휴학계를 반려하는 데 합의했다. 대학들은 “끝까지 의대생들의 복귀를 설득하겠다”면서도 유급이나 제적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예외없이 학칙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대학들은 오는 21일 등록 마감인 연세대, 고려대 등이 의대생 제적에 나서는지 지켜본 뒤 다음주 구체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https://www.khan.co.kr/article/202503191648001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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