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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에 수상한 중국 구조물’ 논란 들여다보니
잠정조치수역에 기존 구조물 2개 있지만
복수 소식통 “‘3번째 설치’ 보도는 틀렸다”
‘한국 측 조사에 칼 들고 방해’도 사실과 달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조사선 온누리호. 한겨레 자료 사진

중국이 서해의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무단으로 대형 철제 구조물을 설치했고 이를 조사하려던 한국 조사선을 폭력적으로 막았다는 소식이 지난 18일 전해졌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한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중국이 새로 구조물을 설치해 서해를 중국의 ‘내해’로 만들려는 조치를 급속도로 진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됐다. 중국이 한국의 조사를 방해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팩트와 과장이 뒤섞여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해양조사선 ‘온누리호’(1422t급)가 지난달 26일 오후 2시30분께 중국의 구조물을 점검하려 다가서자, 고무보트에 탄 중국 쪽 시설 운영자들이 막아섰다. 대기하고 있던 한국 해경도 함정을 급파해 현장에서 중국측과 2시간여 대치했지만, 중국의 방해에 막혀 조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중국 쪽은 해당 구조물이 ‘양식을 위한 어업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1월부터 중국 쪽이 지난해 비상계엄 뒤 새로 구조물을 추가 설치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중국이 지난해 4∼5월께 구조물 2기를 설치한 데 이어, 비상계엄 뒤인 올해 초 직경 50m, 높이 50m가 넘는 이동식 대규모 철골 구조물 1기를 새로 설치하는 등 서해에 총 12기의 구조물을 설치할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지난 1월 “중국이 12·3 비상계엄 이후 한국 내 정치 혼란이 커지는 틈을 타 새로 구조물을 설치해 ‘알박기’에 나선 것은 향후 서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의도”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사안을 잘 알고 있는 복수의 소식통은 “비상계엄 이후 세번째 구조물을 새로 설치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이 서해의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2기의 구조물을 설치한 것은 맞지만, 비상계엄 이후 새로 설치한 구조물은 없다는 얘기다. 이 소식통들은 지난달 26일 이뤄진 온누리호의 점검은 매년 이뤄지는 통상적 조사로 중국의 기존 구조물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이 한국의 조사를 방해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칼을 들고 방해했다’는 보도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소식통은 “(한국의) 조사선은 상당히 선체가 높고 중국측 고무보트는 아래쪽에 있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칼을 빼들고 우리 조사원들을 위협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사건 발생 직후 외교 당국자는 중국측에 공식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1~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릴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중 사이 거리가 너무 가까운 서해에서는 양국의 주장이 엇갈려 해양 경계 협정이 맺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양국은 한국과 중국의 200해리(약 370㎞)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잠정조치수역에서 양국 어선이 함께 조업하고 양국 정부가 수산자원을 공동관리한다.

중국이 이곳에 설치한 구조물이 관심을 끄는 건,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대만해협은 물론 호주와 뉴질랜드 인근까지 군함과 순시선 등을 동원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중어업협정과 국제해양법 협약으로는 이곳에 중국의 시설물 설치를 막을 법적 근거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이 서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서해 내해화’ 시도는 한국으로는 분명 우려하고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존재하지도 않는 제3의 서해 구조물을 들어 위협을 과장하는 건, 중국에 제대로 항의하고 대응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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