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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8만 전자’에 사서 ‘5만 전자’에 물려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우상향을 그리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그렇지 않아 답답함이 크다. 반도체 부문 실적 개선을 위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나.”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선 삼성전자가 처한 복합적인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묻는 주주들의 한탄 섞인 질문이 잇따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을 필두로 올해를 ‘근원적 경쟁력 회복의 해’로 삼아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주총 현장에는 주주 900여 명이 참석해 주가 부진에 대한 실망감을 표하고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해 주총에선 7만원대 주가에도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는데, 지금은 5만원대로 더 떨어진 상황이다. 한종희 부회장이 “최근 주가가 주주님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는 등 경영진들은 사과를 거듭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중심으로 실적 부진과 기술 경쟁력 약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AI 반도체 ‘큰손’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8단·12단 제품을 납품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이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 주가가 이렇게 빠진 것은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나”라고 물었다.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빠르면 2분기, 늦으면 하반기부터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사업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전 부회장은 “AI 시대 대표적인 부품인 HBM 시장 트렌드를 늦게 읽는 바람에 초기 시장을 놓쳤지만 지금은 조직 개편이나 기술 개발을 위한 토대는 다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HBM4(6세대)나 커스텀 HBM 같은 차세대 HBM에서는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계획대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며 “다시는 주주들께 실망을 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 부회장은 사업전략 발표를 통해 “DS 부문은 문제의 원인을 저희 스스로에게서 찾고 도전과 몰입의 반도체 조직문화를 재정립해 2025년을 근원적인 경쟁력 회복의 해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에 대한 질문에는 “중국 로컬 회사들은 기술력이 부족해 (범용 D램인) DDR4나 LPDDR4 같은 로우엔드(저가형)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저희는 HBM, DDR5, LPDDR5, 고성능 서버향 SSD 같은 고부가 하이엔드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로우엔드 제품은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삼성 파운드리와 업계 1위 TSMC와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은 “현재 (기존 공정보다 전력 효율과 성능을 높이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로 양산하는 회사는 우리가 유일하다. 선단 공정 기술에서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빠르게 수율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 인수합병(M&A) 추진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M&A 관련 질문에 “올해는 보다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특히 반도체 분야는 주요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승인 이슈도 있어 M&A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반드시 성과를 이뤄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가 회복에 대해선 “시장이 만족할 만한 반응을 얻기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신제윤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전영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하며 한종희 부회장과 함께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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