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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M&A 보험 없이 인수 추진
“조 단위 딜에선 M&A 보험 가입 많이 해“
경영실태평가 3등급에 보험사 인수 경고등
조건부 승인에 총력…“내부통제·건전성 강화”

사진=그래픽=정서희

우리금융지주가 동양·ABL생명 인수 계약 무산 시 계약금 및 투입비용 보전을 위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종합등급을 3등급으로 확정 지으면서 우리금융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보험사 인수 승인을 받지 못하면 1500억원 이상을 손실로 감당해야 할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배수의 진을 치고 금융위의 조건부 승인을 따내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동양·ABL생명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무산 상황 시 계약금 및 투입비용 보전을 위한 인수·합병(M&A)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M&A 보험은 말 그대로 기업 간 인수·합병 과정에서 기업이 가입하는 특수한 성격의 보험이다. 이 보험은 매도자 혹은 매수자의 거짓 정보 제공, 사법 리스크 발생, 제3자 개입 등으로 M&A 계약이 취소되면 발생하는 계약금 및 소모 비용을 보험사가 보전해 주는 상품이다.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3등급으로 확정 지으면서 보험을 마련하지 않은 우리금융은 1500억원 이상의 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다자보험과 동양·ABL생명 인수 계약을 맺으면서 매매대금을 1조5493억원으로 정했다. 이때 우리금융은 대금의 10%인 1549억원을 계약금으로 다자보험그룹에 냈다. 두 기업은 어느 한 나라 금융 당국이 M&A 승인을 내리지 않을 경우, 그 나라 기업이 계약금만큼의 돈을 상대 기업에 물어줘야 한다는 몰취(沒取)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금감원은 지난 18일 우리금융에 경영실태평가 종합등급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강등했다고 통보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상 금융지주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자회사 인수를 승인받으려면 종합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사옥. 금융감독원은 지난 18일 우리금융지주에 경영실태평가 결과 종합등급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강등한다고 통보했다. /연합뉴스

우리금융 측은 동양·ABL생명 인수가 워낙 거액의 계약이라 보험료 부담을 이유로 M&A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M&A 보험의 최고 보상한도는 통상 매매대금의 10~30% 수준이다. 보험료율은 보상한도의 1.5~2.0%로 책정되며 보험료는 한 번만 내면 된다. 이번 계약의 최대 보상한도를 1500억원으로, 보험료율을 1.5%로 가정하면 예상 보험료는 22억5000만원이다.

반면 관련 업계에선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사이 M&A 체결 시, 조 단위 계약이라도 M&A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한 보험중개사 임원은 “1조5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계약에서도 M&A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금융이 자체적으로 ‘다자보험에서 발생할 리스크가 없다’고 판단한 뒤 한국 금융 당국에 의한 계약 무산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 이익과 투자금 보호를 위해 여러 시나리오를 고민하고 포괄적인 위험회피 수단을 마련하지 않았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라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가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최종 권한은 금융위원회가 쥐고 있다. 금융위는 우리금융의 향후 자본확충, 금융사고 재발 방지, 자산건전성 제고 계획 등을 고려해 조건부 예외 승인을 내릴 수 있다. 금융 당국은 2004년에도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종합등급이 3등급인 상태에서 LG투자증권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우리금융 역시 조건부 승인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우리금융은 최근 금감원에 경영개선계획안을 제출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전사적인 내부통제 강화는 물론 그룹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연말까지 12.5%로 달성하기 위해 미래유망산업 중심으로 자산을 재편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일구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M&A 보험이란?

기업 간 인수·합병(M&A) 계약 시 매도인 혹은 매수인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 기업은 M&A를 추진하며 계약금을 지불하고 기업 실사 과정 중엔 법률·회계 전문가 선임 등 각종 비용을 크게 지출한다. 이 때문에 M&A 중도 취소 시 계약금은 물론 그간의 투입 비용은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가 아닌 단순 손실로 잡힌다. 기업 입장에서 해당 손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가입하는 게 M&A 보험이다. 과거에는 매수자가 매도자의 거짓 정보 제공 등을 우려해 M&A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엔 매수자와 매도자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인 M&A 계약 추진을 위해 이 보험에 가입하고 피보험자를 매수인으로 두는 사례가 많아졌다. 기업들은 M&A 추진 중 계약금을 비롯해 각종 비용 소모를 고려해 계약이 더뎌지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M&A 보험에 가입하기도 한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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