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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 인근에 도착해 경호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헌재 승복’ 여부마저 불안하다니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 선서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식에서 이 말을 했죠. 그랬던 그가 지금은 ‘헌법과 법률을 위배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사유로 탄핵심판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이 헌재 결론에 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헌재의 결론에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인데, 왜 정치권에서는 이런 말이 나올까요?

점(사실들) : 헌재 결정 승복할거죠? 할...거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윤 대통령이 직접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윤 대통령의 승복’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진보·보수 논객도, 시민사회와 종교계도 한목소리입니다.

선(맥락들) : “대통령도 승복한다”는 전언만?

사실 정치인이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는 건 너무 당연한 말입니다. 이 당연한 이야기가 지금 새삼스럽게 불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은 아직 윤 대통령이 직접 승복 의사를 밝힌 적이 없어서입니다. ‘윤 대통령이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는 말은 여당과 변호인을 통한 ‘전언’으로 전해졌을 뿐이죠.

사람들이 윤 대통령이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안해하는 이유는 뭘까요.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국민담화, 헌재 변론, 최후진술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거든요. 백번 양보해서 윤 대통령 입장에서야 ‘나는 정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계속 그런 태도를 보여 온 사람이 만약 헌재에서 파면 결정이 나오면 받아들일까요?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승복 메시지에도 ‘진심’이냐는 의심 섞인 눈총이 쏠려요. 여당이 앞에서는 ‘승복’을 말하면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불복’을 부추기는 의원들을 방관하고 있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회에서 헌재를 향해 “가루가 될 것”(윤상현) “황소 발에 밟혀 죽는 개구락지”(장동혁) 등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여권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입장에 따라 온도 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탄핵 찬성파’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은 일찌감치 승복 메시지를 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승복이 당연하다면서도, 자신은 탄핵 찬성파가 아니라며 탄핵 기각·각하를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탄핵 반대파’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면(관점들) : “법치 무시하면 보수 아닙니다”

️윤 대통령이 승복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혼란과 분열만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부추겨 온 불복 심리가 헌재 선고 당일 극단적인 지지자들의 폭력 사태를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도 흥분한 지지자들의 격한 시위로 4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한 적이 있거든요. 지금은 그때보다 위험수위가 더 높아 보입니다. 헌재 앞에는 오늘도 극우 유튜버들이 진을 치고 폭언과 협박을 일삼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헌재의 결정에 승복한다’는 당연한 명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건 당연합니다. 이미 가까운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2월27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헌재 결정을 받아들고도 여전히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를 통과한 ‘명태균 특검법’ ‘내란 특검법’ 등에는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헌재 결정에 따른 법적 의무는 선택적으로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진보·보수 원로들도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을 비판하며 헌정 질서 수호를 강조합니다.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윤 대통령을 두고 “부정선거론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보수를 우습게 만들었다”며 “사실과 법치를 무시하면 보수가 아니다”라고 했어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현재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 자체의 붕괴”라며 “정치를 살리고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 헌법을 치고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늘 ‘법치’를 강조해왔던 윤 대통령도 사회적 혼란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헌재 결정 승복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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