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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 실장 인터뷰]
설립 3년… 22년 3월 서울시 산하 최초 문 열어
상담 늘고 행정소송도 지원… 의료대란에 타격
나라 지키다 다치고 전역… 명예회복·관심 절실
"사각지대 많아, 국방부·국회 앞장서 법 개정을"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에서 이주은 운영실장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담 건수를 2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17일 서울시청에서 만난 이주은(32)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 운영실장이 힘줘 말했다. 센터는 군 복무 중 질병, 외상, 심신장애 등을 얻고 전역한 청년들을 지원하고 사회 진출을 돕는 곳이다. 2022년 3월 문을 열어 설립 3년째를 맞았다. 지자체 산하에 부상제대군인을 위한 기관이 만들어진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보훈 상담은 2023년 392건에서 지난해 804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실장과 센터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날 인터뷰 중에도 상담 전화는 계속 이어졌다.

군인에서 민간인으로

이주은 운영실장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 부상한 왼쪽 발을 가리키고 있다. 이 실장은 2019년 8월 해병대 제2사단에서 예초 작업 중 지뢰를 밟아 왼쪽 발을 잃었다. 강예진 기자


김포 해병대 제2사단 장교였던 이 실장은 2019년 8월 왼쪽 발목 아래를 잃는 큰 사고를 당했다. 전방 경계 시야 확보를 위한 갈대 예초 작업 중 지뢰를 밟은 것이다.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을 때 군의관 선생님께 '저 이제 국가유공자 되는 건가요'라고 물었죠. 그땐 그냥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던 것 같아요." 군의관은 "심사를 받아봐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한마디가 이 실장을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다.

이 실장은 군에서 다치면 바로 국가유공자가 되는 줄 알았는데 현실은 달랐다. 일단 전역을 해야 국가유공자 신청이 가능했다. 신청을 해도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 통과가 쉽지 않다. 그는 자신처럼 부대에서 다친 군인들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2021년 6월 서울시 호국보훈의 달 행사에 초청된 이 실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붙잡고 부상제대군인 지원 센터 설립을 건의했다. "미친 척 용기를 냈죠. 다친 군인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도울 적임자는 저라고 생각했어요." 오 시장은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 실장은 2022년 2월 전역했고, 한 달 뒤 출범한 센터에 합류해 일을 시작했다. 센터에선 이 실장을 포함해 4명이 근무하는데 모두 군인 출신이고 이 중 3명이 이 실장처럼 부상제대군인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부상제대군인

이주은 실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부상제대군인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예진 기자


군대에서 다친 군인들은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 대상자가 될 자격이 있다. 부상 사유가 국가 안전과 보호를 위한 직무수행이면 국가유공자, 그렇지 않으면 보훈보상 대상자다. 둘 다 신체검사에서 상이등급 1~7급으로 판정받아야 하며, 전역 6개월 전부터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심사에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걸린다는 점이다. 전역 후 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국가 지원이 끊기는 셈이다. 이 실장은 "저는 지뢰를 밟아 발목이 절단됐는데 전역 1년이 지나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며 "다툴 여지가 있는 분들은 더 오랫동안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이등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희소 중증 질환은 더욱 그렇다. 이 실장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은 바람만 스쳐도 칼에 베인 듯한 극심한 통증을 겪는다"며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해야 하고 생활 자체가 힘든 질병인데,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센터에선 서울시 거주 만 19~39세 청년부상제대군인 및 직계가족을 대상으로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 대상자 인정을 위한 법률 상담 및 변호사 연계, 행정소송 업무 및 비용을 지원한다.

행정소송의 경우 1년 넘게 이어진 의료대란으로 타격이 크다. 지정 병원 의료 감정 결과가 나오지 않아 소송이 중단되는 일도 허다하다. 2년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도 있다. 센터 지원으로 2023년과 지난해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 대상자로 인정된 사례는 총 4건이다. 이 실장은 "의료대란이 아니었으면 더 많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센터는 이 밖에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1대1 심리 상담과 생계에 필요한 취업·창업 지원도 제공한다. 특히 서울시 취업 전문 멘토링 등 일자리 프로그램과 연계해 부상제대군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부상제대군인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활동도 중요하다. 이 실장은 센터 운영 3년간 주요 성과 중 하나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전을 주제로 지난해 진행했던 연극 공연을 꼽았다. "예비군과 부상제대군인 사이에서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군대에서 나라를 지키다 다쳤다는 사실을 인정받는 것, 그것이 바로 명예라고 생각해요." 이 실장은 "연평해전 전상자인 우리 센터의 이한 주임이 연극에 직접 출연했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 국회 더 많은 관심 필요



이 실장은 센터에서 3년간 일하며 부상제대군인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전역 6개월 이내로 한정한 국가유공자, 보훈보상 대상자 신청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한다. 상이등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의료지원비 외에 보훈급여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 등을 지금처럼 국가보훈부가 전담할 게 아니라 국방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게 이 실장의 생각이다. 국가유공자법이나 보훈보상자법, 제대군인법 개정을 위한 국회의 관심도 절실하다.

"군에서 발가락 두 개를 잃은 할아버지도, 지뢰를 밟아 발뼈가 으스러진 친구도 국가유공자 심사에서 탈락했어요. 치료해서 나아졌다는 게 이유였는데 힘든 과정에 대한 보상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부상제대군인 지원에 너무 인색합니다. 군대에서 다친 사람에 대해선 나라에서 끝까지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요. 이게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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