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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2024년 3월 회장 승진
인스타그램 중단 후 경영에 집중

1년간 사업 정상화 올인
SSG닷컴, 약진 성공…에비타 흑자

아직 남은 과제도
기존 점 역성장 문제 해결해야
2024년 3월 8일 금요일 오전 8시. 신세계그룹이 깜짝 발표를 했다. 정용진 당시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다는 내용이었다. 18년 만의 변화였다.

업계의 평가는 엇갈렸다. 어떤 성과로 회장 자리에 올랐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이 이마트·스타벅스·프리미엄 아울렛 등 새로운 사업을 통해 지금의 신세계그룹을 일군 것과 달리 ‘기업인 정용진’으로서 그의 실적은 특별할 게 없다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그룹이 위기 상황이라는 점은 회장 승진 명분이 됐다. 신세계는 정 회장 체제에서 회사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다시 ‘1등 기업’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1년이 지난 현재 쿠팡과의 격차는 더 커지고 여전히 본업의 성과는 미약하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 인스타 끊고, 트럼프 만나고“나부터 바뀌겠다.”

회장에 오른 직후 이같이 말한 정 회장이 승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자 가장 큰 변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단’이다. ‘인플루언서’로 살아온 정 회장이 ‘경영’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순간이기도 했다.

2019년 7월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 팔로워 80만 명을 보유한 정 회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인플루언서로 꼽혀왔다. 미국 뉴욕의 한 식당에서 미국 유명 모델 지지 하디드와 촬영한 사진을 올리거나 SM엔터테인먼트 사옥을 방문한 셀카(스스로를 찍은 사진)를 게재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돌연 정 회장은 사진을 대부분 정리했다. 480개에 달하던 게시물은 24개로 줄었고 1000개의 팔로잉(구독하는 계정)도 없앴다. 그가 지난 1년간 올린 게시물은 딱 하나다. 지난해 9월 ‘프리덤 이즈 낫 프리’(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영문 글귀가 적힌 티셔츠 사진이다.

2022년 1월 무분별한 SNS 사용으로 수만 명의 이마트 직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이마트 노조의 성명이 나오자 “저의 자유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입니다”라고 사과한 이후 최근 다시 자유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사진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정재계 인사 가운데 드문 ‘트럼프 인맥’을 과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와 만나 10~15분의 대화했다. 올해 1월에는 트럼프 취임식에도 초청됐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의 친분으로 신세계의 해외 사업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정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트럼프 주니어와 여러 사업 구상을 했다”고 밝혔다. 현재 신세계 매출의 대부분은 내수에서 발생한다. 2024년 3분기 기준 이마트 매출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그친다.
사진=연합뉴스
◆ 1년간 뭐했나…해임·영입·상폐·통합·이전·차별화정 회장은 지난 1년간 사업 정상화에 집중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3명의 계열사 대표를 해임했다. 그간 신세계그룹은 정기 인사를 제외하고는 임원에 대한 인사 조치가 전무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수시 인사를 도입하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가장 먼저 손본 것은 2022년부터 영업적자가 이어져온 신세계건설이다. 지난해 4월 문책성 인사를 하고 대표를 교체했다. 그룹의 핵심 재무통인 허병훈 부사장을 새로운 대표로 발탁했다.

2023년 말 기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부채 규모는 2500억원에 달했고 부채비율은 951.8%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878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재무통을 앞세워 재무건전성 회복에 나섰다. 그 결과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부채비율은 209.1%까지 떨어졌고 영업적자는 1341억원으로 축소됐다.

지난해 9월에는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신세계건설 상장폐지 계획을 밝혔다. 신세계건설의 상장폐지는 올해 2월 24일 완료됐다.

G마켓과 SSG닷컴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G마켓은 인수 이후 최근 3년 누적 적자만 1649억원에 달하고 SSG닷컴은 같은 기간 2869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커머스 산업이 쿠팡 1위 체제로 굳혀지는 가운데 이들 두 회사 모두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 회장은 G마켓과 SSG닷컴의 기존 대표를 해임하고 새로운 리더를 앉혔다. G마켓 대표로는 알리바바 출신의 정형권 총괄을 영입했고 SSG닷컴은 그로서리 및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본부장을 맡아온 최훈학 전무를 대표로 올렸다.

SSG닷컴은 약진에 성공했다. 지난해 영업적자를 300억원가량 줄였다. 그 결과 EBITDA(에비타)도 5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에비타는 비상장사가 기업 경쟁력을 증명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지표로 세금과 이자 등을 제외하기 전의 영업이익을 의미한다.

동시에 정 회장은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전략실에 힘을 실었다. 전략실은 조직의 위기 진단과 문제를 예방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2023년 11월 기존 전략실을 ‘경영전략실’로 확대 개편한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경영총괄로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 출신의 제이슨 황을 영입했다. 정 회장은 실무 기능은 현업으로 이관하고 계열사별 사업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역할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급여도 줄였다. 정 회장은 지난해 급여 19억 8200만원과 상여 16억 2700만원 등 총 36억 900만원을 받았다. 전년(36억 9900만원) 대비 2.4% 감소했다. 급여는 동결, 성과급은 줄였다.

회사 측은 “지난해 3월 회장에 오른 정 회장은 이마트 흑자 전환 등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녹록지 않은 대내외 경영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자세로 연봉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도 있다. 핵심 계열사인 스타벅스에 ‘K-문화’를 접목한 게 대표적이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한국만의 테마를 가진 ‘한국 스타벅스’ 조성을 위해 △가나아트파크점(7월) △장충라운지R점(9월) △더춘천의암호R점(11월) 등을 새로 열었다. 3개 매장 모두 한국의 미를 접목한 매장이다. 가나아트파크점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고 장충라운지R점은 1960년대 지어진 2층 저택을 그대로 활용한 공간이다. 이 저택은 한국 1세대 건축가 나상진의 작품이다.

신세계는 각 계열사의 오프라인 매장을 고객이 ‘일부러 가고 싶은’ 접점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이는 신세계그룹의 핵심 미션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신규 오픈한 식료품 특화매장 ‘이마트 푸드마켓 수성점’(대구 수성구)은 현재까지도 목표 매출을 상회하는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리뉴얼한 스타필드 마켓 죽전(옛 이마트 죽전점) 또한 8월 30일부터 올해 3월 10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7% 증가했다. 분류별로 살펴보면 과일 21%, 채소 30%, 한우 15%, 수산 14%, 델리 15% 등 신선식품 매출이 크게 늘었으며 1~2층을 리뉴얼해 도입한 차별화 테넌트(임대 매장) 영향으로 F&B(식음) 매출은 3.1배, 라이프스타일과 패션브랜드 매출은 각각 8.1배, 2.4배 증가했다.
사진=한경DB
◆ 아직 남은 과제들 뭐 있나그럼에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남아 있다. △기존 점 매출 회복 △이커머스 흑자전환 △해외 사업 확대 등이 꼽힌다. 심지어 유통업계 1위로 올라선 쿠팡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가장 시급한 것은 오프라인이다. 현재 이마트의 점포 확장은 정체기이며 기존 점 상황도 좋지 않다. 이마트(트레이더스 포함)의 전국 매장은 155개로 10년 전인 2015년(156개)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마트는 2010년대까지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160점까지 늘렸지만 코로나19 기간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부진 점포를 정리해왔다.

이마트의 기존 점 매출은 2년 연속 역성장이다. 2023년 -2.1%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2.2%에 머물렀다. 소비 침체와 할인점 업황의 부진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다. 이마트는 올해 기존 점의 2.9% 성장 가이던스를 제시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커머스 사업의 실적 개선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SSG닷컴과 G마켓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1401억원에 달한다. G마켓의 적자 규모는 전년(320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674억원을 기록했다. SSG닷컴의 적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매출도 같이 감소하고 있다. SSG닷컴의 매출은 2023년 1조6784억원에서 지난해 1조5755억원으로 6.1% 줄었다.

해외 경쟁력 확대도 이마트의 숙원 사업이다. 이마트는 해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나서고 있으나 쉽지 않다. 해외 사업의 매출 비중은 최근 3년간 6~7%대에서 늘지 않고 있다.

경쟁사인 쿠팡과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는 연결 기준 29조209억원의 매출과 4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지만 매출은 전년 대비 1.5% 줄었다. 반면 쿠팡은 지난해 유통기업 최초로 매출 40조원을 돌파한 41조2901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까지만 해도 매출 규모가 비슷했는데 1년 만에 10조원 이상 벌어졌다. 영업이익은 13배 가까이 차이 난다. 쿠팡의 영업이익은 6023억원이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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