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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 천막에서 박대출·나경원·엄태영 의원이 연좌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울타리 밖에 설치된 천막에서 박대출·나경원·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들 모두 ‘탄핵 각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지난 6일 헌재 앞에서 같은 당 송언석 의원과 심재돈 인천 동·미추홀갑 당협위원장의 들었던 손팻말 ‘탄핵 기각하라’는 불과 12일 만에 바뀐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놓고 헌법재판관 8인의 숙고가 길어지는 가운데 탄핵 반대파(반탄파)가 당초 기각(棄却)론에서 각하(却下)론으로 선회했다. 기각론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청구 이유를 따져보고 청구인 측 패소 판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12·3 비상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할 만큼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즉 국헌문란이 없었기 때문에 기각해야 한다는 게 당초 윤 대통령과 반탄파 주장이었다.

각하론은 국회의 탄핵소추 자체가 헌법상 소추 요건에 맞는지, 국회 의결 절차가 적법했는지 등 법적, 절차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심판 자체가 불성립한다는 주장이다. 법조계에선 “반탄파의 전략 변화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이 나온 뒤부터였다”며 “헌재 탄핵심판의 절차적 흠결 문제를 부각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1


與, 기각→각하 무게추…“종전보다 가능성 커져”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전날인 17일 “각하 외에 다른 결정이 나올 수 없다”(윤상현 의원)는 주장이 봇물 터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각하 가능성이 종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고 했다. 당초 탄핵 찬성파로 분류됐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저녁 한 방송에 출연해 “(8인) 재판관 중 기각 쪽 두 분, 각하 쪽 한 분 정도 계시지 않겠냐”며 “당초 예상보다 각하나 기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가세했다. 오 시장은 탄핵 찬성파로 알려진 데 대해 “오해가 있다”고 적극 해명하기까지 했다.

15~16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및 여의도 광장에서 4만여 명이 집결한 주말 탄핵 반대 집회에서도 “탄핵 각하 8대0”과 같은 구호가 울려 퍼졌다. 기각·각하 표현을 혼용해서 쓰던 이전 모습에서 무게추가 확실히 옮겨진 모습이다.



尹 구속취소 계기 확산…“내란죄 철회로 소추동일성 상실” 등 근거
여권 내부의 기류 변화는 좀 더 빨랐다.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부장판사의 지난 7일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문 내용이 널리 퍼진 지난주 초부터였다. 지 부장판사는 결정문에서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 계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 등 적법 절차 요건을 따지면서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경북 구미시 구미역 앞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국가비상기도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12일 나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82명이 헌재에 각하 청구 탄원서를 내면서 중앙지법 구속취소를 인용해 “대통령 불법구금 석방은 법치, 적법절차 회복의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탄핵소추 사유의 핵심인 내란죄를 철회한 건 탄핵소추의 동일성이 상실된 것으로 국회 동의와 재의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소추동일성 없는 내란죄 철회를 불허하고 탄핵심판을 각하해달라”고 요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심리 초반엔 지난해 12월 7일 본회의 표결에서 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뒤 일주일 만에 재상정해 가결한 것은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이라며 각하 사유라고 주장했었다.

또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변론에서 “의원을 끄집어내라고 했다” “싹 다 잡아들이라고 했다”고 허위 증언했다며 “내란 몰이 사기 탄핵”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용 vs 기각+각하’로 전장 확대…보수진영 시나리오는
법조계에선 “인용이냐 기각이냐만 다투는 것보단 각하를 선택지로 끼워 넣는 것이 기각 결론을 내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컨대 현재 8인 재판관 중 6명이 인용, 2명이 기각 입장이라고 가정할 경우, 절차 문제까지 따져서 인용파 6명 중 1명이 각하로 추가 이탈하면 청구는 기각되기 때문이다.

반탄파로선 ‘인용 대 기각+각하’로 절차적 문제로 전장을 넓히는 것이 승산이 더 높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헌법과 법률 위반 소지가 크다는 건 스스로도 인정돼 기각 주장은 부담스러우니, 절차상 흠결을 내세워서 각하 가능성을 들고 있다”(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주장이 나왔다.

여권 내에선 개별 재판관 성향 분류를 토대로 구체적인 전망도 나왔다. 진보 3인(문형배·이미선·정계선), 중도 3인(정정미·김형두·김복형), 보수 2인(정형식·조한창)으로 분류되는데 “보수 2인은 기각이 확실하고, 중도 3인 중 1명 이상은 결정이 어려운 쟁점 판단 대신 각하로 넘어올 수 있다”(국민의힘 관계자)는 것이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 “결정 어려워 각하” vs “이미 11차례 변론 진행”
헌재 헌법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을 파면할만한 중대한 국헌문란이 있었는지에 대한 본안 판단은 재판관들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그 와중에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절차 문제 역시 충분히 고려할만한 사안이므로, 일부 재판관은 각하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이미 11차례나 변론을 진행했는데 이제 와서 ‘심리 요건 자체가 안된다’고 결정하는 건 무리”라며 “30여년간 법관을 지낸 재판관들은 오직 법리로만 판단하지, 이미 변론 초기에 검증한 절차 문제를 다시 강조한다고 해서 재판관들이 휘둘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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