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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아이돌 팝업 매출 70억 vs 패션 팝업은 10억
불황에 주목받는 IP 팬덤 마케팅
경기 안 타고, 팬들이 자발적 홍보
사생활 문제 가능성도 없어

내수 침체에 특정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팬덤(Fandom) 소비가 주목받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소매 판매가 줄어드는 가운데, 막강한 팬덤을 가진 IP 콘텐츠를 통해 집객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성행하는 추세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백화점은 서울 월드타워점에서 5인조 버추얼(가상)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의 2주년 축하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성황리에 마쳤다. 롯데에 따르면 팝업스토어 개시를 앞두고 지난달 진행한 온라인 사전 예약이 2시간 만에 마감됐다. 대기 접속자가 2만5000명이 넘게 몰렸다.

지난 12일 저녁 롯데월드몰 아트리움에 설치된 초대형 스크린에서 플레이브의 감사 인사 영상을 관람하는 팬들. /김은영 기자

롯데 측은 데뷔 2주년을 맞아 진행한 이번 팝업스토어에서 멤버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라이브 포토존’과, 영상 상영을 비롯해 2주년 공식 기념품(굿즈) 70종을 유통사 최초로 발매했다. 또 플레이브의 SD(Super Deformed) 캐릭터 ‘므메미무’ 상품을 처음 공개했다.

유도원 롯데백화점 패션 액세서리팀 바이어는 “케이(K)팝이라는 장르가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문화로 주목받고 있다”라며 “플레이브 팝업을 비롯해 향후 지방에서도 아티스트와 팬이 서로 교류하며 K팝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슈퍼도 지난해 11월 빼빼로데이를 맞아 플레이브와 협업한 빼빼로를 단독 판매해 대박이 났다. 출시 당일 전국 롯데마트와 슈퍼에 오픈런(한정판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 행렬이 이어졌고, 매장 오픈 1시간 만에 준비된 물량의 90%가 소진됐다. 기대 이상의 반응에 롯데마트∙슈퍼는 추가 물량을 생산해 판매했다.

2023년 데뷔한 가상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는 미국 빌보드의 ‘글로벌 200’ 차트에 진입할 만큼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정상급 아이돌 지드래곤도 최근 협력하고 싶은 아티스트로 플레이브를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진행한 '플레이브' 데뷔 2주년 기념 팝업스토어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

플레이브만이 아니다. 연간 400회 이상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더현대서울의 지난해 팝업 매출 순위 1, 2위는 가상 아이돌인 이세계아이돌와 플레이브가 차지했다. 이 백화점은 지난해 3월 이세계아이돌, 스텔라라이브, 플레이브 등 가상 아이돌 3팀의 릴레이 팝업스토어를 열어, 총 10만 명의 방문객을 동원했다. 이 기간 매출은 70억원이 넘었다.

통상 패션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한 달 매출이 10억원 정도인 걸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과라는 게 현대 측 설명이다.

업계에선 유통 업계의 가상 아이돌 협업 인기 요인을 경기 불황 장기화에 따른 내수 침체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IP를 기반으로 한 ‘팬덤 소비’는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고주 입장에서 가상 아이돌은 범죄나 열애설 등 사생활 논란이 발생할 염려가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관련 이벤트를 진행할 경우 객단가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선 플레이브 팝업스토어에서 굿즈 구매에만 20만원 이상을 썼다는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더현대서울이 개최한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 콘서트. /현대백화점 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콘텐츠 장르별 이용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캐릭터 상품 이용 경험은 전년 대비 2.0%포인트(p) 증가한 95.7%로 집계됐다. 또 캐릭터 팬덤 대중화에 따라 관련 상품을 구매한 경험은 전년 대비 5.4%p 증가한 81.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소매판매액 지수란 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등 소매점에서 소비자가 얼마나 쇼핑했는지를 조사한 지표다.

이에 유통업계는 IP를 활용한 이벤트를 확대하는 추세다. 팝업스토어 전문 기업 스위트스팟이 발표한 ’2024년 팝업스토어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팝업스토어는 총 1713개로, 부문별로 IP(22%), 패션(21%), 식음료(16%), 뷰티(11%) 순으로 집계됐다.

더현대서울의 경우 작년 팝업스토어 매출 1, 2위를 가상 아이돌이 차지한 데 이어,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 ‘잠뜰TV’, ‘푸바오’ 팬더 가족, ‘망그러진곰’ 등 IP 콘텐츠가 뒤를 이었다. 더현대서울은 연간 440회 정도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관련 매출은 550억원으로 추정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캐릭터나 크리에이터 등 충성도 높은 팬덤을 겨냥한 IP 마케팅은 팬들의 자발적 홍보(바이럴) 마케팅과 함께 안정적인 매출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관련 이벤트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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