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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을 에너지 안보상 주의를 요하는 민감국가에 포함한 이유는 미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문제 때문으로 드러난 가운데 한국과 관련된 보안 규정 위반 사건이 여러 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에너지부 건물. UPI=연합뉴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18일 중앙일보에 “에너지부가 지난해 의회에 제출해 일반에도 공개된 보고서에 한국으로 원자로 설계 정보를 유출하려던 시도가 적발됐다는 내용이 있다”며 “하지만 이보다 위반 정도가 더 심해 공개할 수 없을 정도의 등급으로 분류된 사건이 최소 한 건 이상 더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부 감사관실(OIG)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의 한 도급업체 직원이 INL의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소지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타려다 적발됐다. 보고서에는 지난 2023년 10월에서 지난해 3월 사이 이뤄진 감사 조치 사례가 담겼다.

앞서 외교부는 17일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 최하위 단계에 포함한 데 대해 “미 측을 접촉한 결과 이는 외교 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약 1~2년 전 에너지부와 계약한 직원이 한국으로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실이 확인됐다. 연합뉴스
외교부는 ‘보안 관련 문제’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는 원자로 기술 유출 시도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보안 규정 위반이 몇 건 더 있었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들은 비밀로 분류돼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민감국가 목록이 발효되는 다음달 15일 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가운데 우리 쪽에서 역으로 의심이 가는 사건들을 추적, 시정 조치 등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 셈이다.

이와 관련, 조셉 윤 주한 미 대사대리는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주한 미국 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좌담회에서 한국이 민감국가에 오른 것은 “연구소의 일부 민감한 정보를 (한국인 방문자들이)잘못 다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미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 프로그램에 접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사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보안 사고가 진짜 원인이 맞는다면, 위반자 개인을 제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까지 제재에 나선 건 미 측이 한국 정부도 이에 관여됐다거나 위반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에너지부는 원자로 설계 기술 유출을 시도한 직원에 대해서도 “수출 통제에 대한 지식이 있었고, 외국 정부(foreign government)와 소통한 사실을 그의 정부 e메일 계정과 채팅 내역을 통해 확인했다”고 기술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 측에선 최소한 사건 경위 해명, 관련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한국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생긴 셈으로, 우리가 굉장히 수세에 몰린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미국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외교부는 사태 초기부터 과기정통부와 산업자원통상부에 미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의 보안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의심할 여지가 있는 사건들을 취합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사태 수습을 위한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도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민감국가로 지정된 사실을 두 달 동안 파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대책 마련에서도 부처 간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부와 과기정통부는 지난 14일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영향이 크지 않다”거나 “기존 협력도, 신규 사업도 큰 차질은 없다”는 식의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중앙일보 3월 17일자 1·3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통상 미국이 이처럼 제재를 가하는 명단을 만들 때 최소 6개월 정도는 준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설 타이밍을 놓친 것은 명확하다”며 “정보 기관이나 외교·통상 라인 모두 관련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추가적인 보안 규정 위반 사항을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파악 중”이라며 “미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와 과기정통부 산하 연구소가 함께 연구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을 외부에서 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 확인되는 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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