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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권정당' 꿈꾸던 정당 어디로 갔나
尹 석방 이후 '아스팔트' 전전하는 민주당
이마저도 모라자 "21일 최상목 탄핵 경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며 광화문을 향해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아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머리가 있는 거야?"


민주당의 한 의원은 최근 자녀로부터 이런 과격한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으로 당에 '비상대기령'이 내려진 상황. 아빠가 매일 참여하는 도보행진, 장외집회, 릴레이 발언이 너무 과격해 이해할 수가 없단다. "탄핵 인용과 조기 대선에 이런 투쟁이 대체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따졌다. 아빠는 오늘도 거리로 나왔지만 머릿속엔 잔소리가 맴돈다.

어디 이뿐이랴. "이 귀중한 시간을 거리에서 보낼 게 아니라 무주공산 지역으로 가는 게 맞다"(초선 의원) "지역에서 탄핵 찬성 여론을 형성하고 조기 대선을 위한 조직을 정비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중진 의원)라는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한 중진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지금 이렇게 걷기만 해서 되겠느냐"고 따졌지만, 지도부 소속 재선 의원은 "지도부의 의지이고 계속 이렇게 할 것"이라며 잘라 말했다고 한다. 옆에서 지켜본 다른 중진 의원은 "의원들이 있어야 할 곳은 국회와 지역구"라며 "장외투쟁도 한두 번이지 매일 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걷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민주당은 기어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뒤로 물리겠다며 탄핵안을 발의할 심산이다. 1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헌법재판소의 선고 일자가 연기되고 있는데 좀 이상하게 돌아가는 거 아니냐"고 지적하니,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19일이나 20일까지 임명하지 않으면 21일엔 탄핵을 할 거라고 경고해야 한다"는 대책을 제시했다고 한다. 같은 날 의총에서 박 수석은 '최 대행과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고 처리만 안 하면 되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박찬대 원내대표는 18일 "내일이 (탄핵) 최종 시한"이라고 못 박았다.

닷새 전 나온 감사원장과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기각 선고문이 아직 선명하다. 29번의 탄핵안 발의에 '8전 8패' 기각. "기각도 욕을 먹지만, 탄핵안 발의 자체가 중도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지도부만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고 한 재선 의원은 푸념했다. 그는 "기각 일주일 만에 탄핵안을 또 발의하면 오히려 헌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왜 못 하느냐"는 질책도 덧붙였다. 3선 의원 비공개 간담회에서 의원들이 박 원내대표에게 '줄탄핵'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게 불과 2주 전이다.

국회가 아닌 아스팔트를 거닐고, 툭하면 탄핵을 입에 올리는 정당을 보며 수권정당의 신뢰감을 떠올리긴 어렵다. 헌재를 압박하고, 중도층과 거리를 두는 정당 또한 수권정당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거대 야당 민주당은 진정 어떤 정당이 되고 싶은지 묻고 싶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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