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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대당 볼로디미르 이고로비치 의원
우크라이나 야당 유럽연대당 소속 볼로디미르 이고로비치 의원이 1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뒤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이렇게 칭했다. 지난해 5월 임기가 끝났는데 전쟁으로 인한 계엄령을 명분으로 대통령 선거를 연기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본 것이다.

지구상 가장 강력한 국가의 지도자가 '새 지도자를 세우라'고 핏대를 올린다면 야권은 정략적으로 활용할 법도 하다. 군사적·외교적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데 대해 '젤렌스키 책임론'을 제기하며 정치적 공격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야권의 '젤렌스키 흔들기'는 없었
다.
지난달엔 '젤렌스키 대통령의 집권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결의안이 일부 야당 지지 속에 의회에서 가결되기까지 했다.

야당마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힘을 싣는 이유는 뭘까.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유럽연대당 소속 볼로디미르 이고로비치(50) 의원을 만나 이유를 들어봤
다.
유럽연대당은 젤렌스키 대통령 전임이자 정적인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이 이끄는 당이다. 이고로비치는 2007년부터 4선째 의정 활동 중인 중진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先평화·後대선... 우크라 '의지'를 훼방 말라"



이고로비치에 따르면
대선에 대한 유럽연대당 입장은 확고하다.
"지속가능한 평화가 확립된 후에만 대선을 치를 수 있다." 포로셴코 전 대통령도 "휴전,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평화협정 체결 이후 선거가 가능하다"고 줄곧 말한다.

여기엔 일단
'실무적 이유'
가 작용한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 최소 반년은 준비를 해야 한다. 적어도 이 기간만큼은 전쟁이 멈춰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고로비치는 말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은 선거구에서 제외해야 하는가, 러시아 공격을 피해 해외 체류 중인 유권자는 어떻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가 등 결정하고 실행해야 할 사안이 산더미다.

더 중요한 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정치적 도전이나 변화보다
현상 유지를 '선택'
했다는 것이다. 이고로비치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1년 소련 해체로 독립한 뒤) 민주주의 국가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데 대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것'을 선택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국민들 손으로 뽑은 지도자를 외부 인사가 갈아치우라고 요구한다?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것이다. 대선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치른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의회(라다)에서 통과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집권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결의안 내용 및 결과가 나와있다. 의회 홈페이지 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사임 요구는 오히려 젤렌스키 대통령 입지를 강화하기까지 했다. 우크라이나 여론조사기관 레이팅이 지난 20, 21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지지율은 65%로, 전월 대비 8%포인트나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유럽연대당 등 야당 주요 인사들과 접촉해 조기 대선 및 정권 교체를 논의했다'는 최근 보도에 대해서도 '오해'라고 했다
. 이고로비치는 "미국에서 진행된 양국 정치인 간 회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일정이 게시될 정도로 공개된 자리였는데 마치 젤렌스키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꿍꿍이를 벌이는 것처럼 묘사됐다"며 "대선은 '지금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그 자리에서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키이우 의회(라다)에서 연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키이우=EPA 연합뉴스


"높은 지지율? '젤렌스키에 만족' 뜻 아냐"



그러나 이고로비치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오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행 체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은 '지도자로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거나 '그의 직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뜻은 아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못마땅하고 못 미덥게 여기지만 힘은 실어주자는 이들이 상당하다." 이는 유럽연대당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관련 결의안 표결에는 불참한 이유다.

그가 언급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대 문제는 '과도한 권력 독점'
이다. 전쟁 중이라지만 정도가 심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고로비치는 "권력은 대통령실에 집중돼 있는데 군사적 결정 등 반드시 필요한 사안에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정적 박해 및 제거에까지 남용하는 게 문제"라며 "가장 전문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정부도 대통령실의 '정치적 판단'에 좌우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적 명운이 걸린 사안에서조차 야당과 대화하고 협력하지 않는다"
고도 이고로비치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진행 중인 휴전 및 종전 논의 내용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SNS를 통해 접한다면서 그는 "미국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알아야 우크라이나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협상이 전개될 경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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