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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2016년 8월 12일 안데스 산맥에 속한 페루 후아라즈 후아스카란 국립공원의 빙하 옆 길을 사람들이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페루 안데스산맥 기슭에 사는 농부가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이유로 지난 2015년 독일 에너지기업 RWE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전세계적인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을 개별 기업에 물을 수 있을지 판가름할 소송으로 주목 받는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보도에 따르면 독일 함고등법원은 17일(현지시간) 지구과학자와 자연재해 전문가를 불러 안데스 빙하 해빙이 눈사태와 낙석, 홍수 등으로 원고인 페루 농부 사울 루시아노 이우야(45)의 집에 얼마큼 피해를 줄 수 있는지 의견을 들었다.

옥수수와 감자를 재배하며 관광 가이드 일도 하는 이우야는 안데스 산맥에 있는 자신의 집 근처 팔카코차 호수의 수위가 높아져 집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며 2015년 독일 환경단체 ‘저먼워치’와 함께 독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한 비영리환경단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의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 보고서를 근거로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0.47%가 RWE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면서 홍수 배수 시설과 조기경보시스템을 만드는 등 홍수 예방 비용의 0.47%인 1만 7000유로(2700만 원) 배상을 요구했다.

1심의 에센 지방법원 재판부는 홍수 위험의 책임을 RWE에 물을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을 맡은 함고등법원이 2017년 원칙적으로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고 증거를 수집하기로 하면서 승소 가능성이 열렸다. 2심 법원이 파견한 조사단은 2022년 원고가 사는 마을을 찾아가 현장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RWE는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본사에서 1만㎞ 이상 떨어진 안데스 산맥 홍수 위험의 책임을 지우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대변인은 언론에 "독일 법률에 따라 그런 청구가 가능하다면 모든 운전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사회정치적으로도 잘못된 방식"이라며 "기후변화라는 전지구적 문제를 법원에서 소급할 게 아니라 국가 간 차원에서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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