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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장기질환자 지원요건 강화…장애 수당 동결 및 축소
"노동당 가치에 어긋나"…"정부 뼛속까지 부끄럽게 하는 것" 비판


런던 시내의 한 휠체어 사용자
[EPA 연합뉴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노동당 정부가 2030년까지 연간 50억 파운드(약 9조4천억원) 예산 절감을 위해 장애인 지원금 등 복지 혜택을 축소하기로 했다.

리즈 켄들 노동연금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계속 일하도록 하고 사회보장제도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복지국가를 만들어낸 노동당의 책임"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고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가장 큰 변화가 예고된 것은 장애인이나 장기 환자 복지 혜택이다.

장애나 장기적인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추가 생활비 보전을 위해 소득이나 근로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하는 개인독립지원금(PIP)의 수급 자격 요건을 내년 11월부터 강화하기로 했다.

장애 수당을 2030년까지 물가상승률에 따른 인상 없이 동결하고, 22세 미만의 장애 수당도 축소하기로 했다.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건강과 관련된 복지 혜택을 받는 노동 연령 인구는 390만명으로 전체 노동 연령 인구의 10%에 달한다.

또한 건강 악화를 이유로 일하지 않는 사람은 290만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90만명이 많다.

영국 정부는 이번 복지 정책 개편으로 정부 지출을 줄일 뿐 아니라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수백만명, 특히 젊은 세대가 일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 잠재력이 있는데도 복지 혜택에 의존한다"며 "그들이 이렇게 삶을 낭비하도록 두는 것은 도덕적으로 파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오는 26일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의 봄 재정 계획 발표를 앞두고 나왔다.

지난해 10월 예산안에서 정부는 100억 파운드(18조8천억원) 재정 여유가 있을 것으로 봤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차입 비용 증가와 경제성장 둔화로 여유분이 사라졌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노동연금부
[EPA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출범한 노동당 정부는 공공 재정 압박 속에 경제 성장이 녹록지 않고 공공서비스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높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 자력 안보 확충 추세에 맞춰 국방비 증액을 발표했다.

그러나 노동당 내에서는 이 같은 복지 축소가 전통적으로 사회안전망 강화와 공공서비스 확대를 추구해온 당의 가치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복지 예산에 고삐를 죄려는 움직임은 내각 내에서 이미 반발에 부딪혔으며 하원 노동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공개적인 우려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등 내분 조짐을 보인다.

지난 주말엔 스타머 내각 인사 상당수가 리브스 재무장관에게 복지 지출 감축 계획을 재고하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내각 고위급 인사들은 사석에서 지출 삭감보다는 차입을 늘릴 수 있게 재정 규칙을 바꾸거나 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리브스 장관은 정부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며 이를 일축했다.

노동당의 데비 에이브럼스 하원의원은 하원에서 이번 삭감이 2015년 이후 사회보장 지원금 삭감으로는 최대 폭이라면서 당 지도부가 환자와 장애인을 뒷전으로 하면서 재정을 유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클라이브 루이스 하원의원도 지역구 유권자들이 이번 변화에 "매우 화가 났다"면서 "유권자들은 이것이 노동당 정부가 취할 만한 조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평등을 요구하는 단체 스코프는 이번 정부 방침은 "정부를 뼛속까지 부끄럽게 하는 것"이라며 사회 시스템 한쪽의 부담을 다른 쪽으로 전가하는 데 그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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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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