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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지난 10년간 이렇게 망가졌다

MBK 2015년 ‘차입매수’ M&A
지난해까지 16개 지점 사라져
매각 후 재임차로 빚까지 늘려
뉴시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홈플러스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대신 참석한 김광일 부회장은 홈플러스의 최근 수년간 매출 증가율이 경쟁사보다 높아 경영 실패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와 금융권에서는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해 법정까지 가게 된 것이 MBK가 산업 구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홈플러스의 부동산 매각에 치중한 결과라고 본다.

MBK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손잡고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한 것은 2015년 7월이다. 당시 MBK는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현 홈플러스스토어즈), 홈플러스베이커리(현 홈플러스홀딩스) 등 자회사들을 사들이는 데 거액을 베팅하면서 한국은 물론 세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 중 1조4000억원은 테스코가 홈플러스에 빌려줬던 돈을 갚은 것이라 실제 인수 대금은 5조8000억원이다. 여기에서 MBK가 투입한 자기자본은 세계 기관투자가로부터 모은 자금 2조4000억원뿐이다. 나머지 3조4000억원은 홈플러스 주식과 부동산 등을 담보로 은행권 등에서 끌어온 인수 금융 2조7000억원과 7000억원어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조달했다. 인수할 기업의 자산과 미래 이익을 바탕으로 돈을 빌려 자기자본 투입을 최소화하는, 전형적인 차입매수(LBO) 형태의 M&A였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빚을 줄이기 위해 강도 높은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2018년 8월 동김해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까지 전국에서 총 16개 지점이 사라졌다. 폐점 명단에는 전국 홈플러스에서 매출이 다섯 번째로 높았던 경기안산점과 열 번째 부산가야점 등 실적에 크게 이바지하던 알짜 지점이 포함됐다.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이 홈플러스를 통해 대형마트 시장에 출사표를 내며 세웠던 1호 대구점도, 대전 최초 대형마트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던 탄방점도, 광주 동구 유일 대형마트였던 계림점도 사라졌다. 현재 전국 매출 1위인 부천상동점도 오는 7월 폐점을 앞둔 시한부다. 이뿐 아니라 MBK는 인천가좌점 등 14곳의 땅과 마트 건물을 매각 후 재임차(Sale and Leaseback) 방식으로 팔아버렸다. MBK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매각 후 재임차로 벌어들인 돈은 1조8640억원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체력은 점차 부실해졌다. 핵심 지점의 문을 차례차례 닫으면서 손에 쥔 돈은 줄었고 매각 후 재임차로 빚이 늘면서 인수 금융 상환이 무색해진 것이다. MBK 인수 다음해인 2016년 3091억원이었던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이듬해 2699억원, 2018년 1510억원으로 곤두박질치더니 2021년(-1335억원)과 2022년(-2602억원), 2023년(-1994억원)에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자가로 보유하던 건물을 팔고 세입자로 들어가면서 2016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약 8년간 7000억원에 육박하는 임대료를 낸 결과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5%(2016년)에서 -3%(2023년)까지 하락했다. 2019년에는 회계 기준이 변경돼 매각 후 재임차했던 지점의 리스료가 부채로 잡히면서 부채비율이 2018년 859%로, 2023년에는 3212%로 치솟았다. 이런 재무 지표 악화는 ‘A3’였던 홈플러스의 신용 등급이 ‘A3-’로 강등되는 원인이 됐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기업회생 절차 신청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MBK가 홈플러스의 부동산 매각에 혈안이 돼 있는 사이 경쟁사인 이마트는 2015년 6월 복합 쇼핑몰인 ‘이마트 타운’과 가전 전문 매장 ‘일렉트로 마트’를 선보였다. 2016년 8월에는 실속형 할인매장 ‘노브랜드’를, 2024년 12월에는 식품 전문점 ‘이마트 푸드마켓’을 내놨다. 2015년부터 2024년에는 베트남과 몽골, 라오스 등 해외 진출에 나섰고 2021년에는 e커머스 업체 G마켓과 스타벅스코리아 잔여 지분을 인수해 매출처도 다변화했다. 이 기간 홈플러스는 2018년 6월 대구점을 ‘홈플러스 스페셜’로 전환, 이마트보다 8년가량 늦게 창고형 할인매장 시장에 발을 들인 것 외에는 눈에 띄는 활동이 없다. 이마저도 신규 출점 없이 기존 지점의 인테리어를 손봐 스페셜이라고 간판만 바꿔 달다 5년 뒤인 2023년 8월 조용히 철수했다.

전문가들은 MBK가 e커머스의 성장에 대응하지도, 홈플러스의 본업 경쟁력을 키우지도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학회장을 지낸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대형마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MBK가 부동산을 팔아 빚을 갚느라 여념이 없는 사이 유통 시장의 패권이 e커머스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내부 사정에 밝은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유통 시장의 빡빡한 규제 탓에 MBK가 테스코에 준 돈보다 비싸게 홈플러스를 되사줄 대기업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MBK는 처음부터 땅값이 비싼 홈플러스의 주요 부동산을 쪼개 팔아 돈을 최대한 회수한 뒤 인기 없는 지점들은 묶어 헐값에 넘기거나 청산하는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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