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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에 발목 잡힌 與
李, 우클릭으로 성장이슈 장악에
정책대응보다 '무조건 비판' 열중
美 민감국가 분류에도 "이재명 탓"
주52시간엔 "간만 보다가 접었다"
"李비판만 해서는 확장성에 한계"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헌화한 후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문모닝’. 19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비판하는 것으로 아침 회의를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은 신조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가까워지면서 이번에는 ‘명모닝’이 대세가 되고 있다. 조기 대선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여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반발하고 일일이 대응하면서 명모닝이 이미 굳어졌다. 조기 대선 가능성과 맞물려 지지율 1위인 이 대표에 대한 견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집권 여당이 수권능력보다는 특정 후보에 대한 맹목적 비판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쓴소리도 많다.



18일에도 여당 지도부는 한목소리로 ‘명모닝’을 가동했다. 이번에는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한 것을 두고 이 대표가 여당 잠룡들이 ‘핵 잠재력 확보’를 내세운 것이 원인이라며 “핵무장은 허장성세”라고 비판하자 일제히 반격한 것이다. 여당은 민감국가 지정을 아예 ‘이재명 탓’으로 돌렸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가 유력 대권후보라고 하니 민감 국가로 지정됐다(3월 17일)”고 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대북 송금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지 않느냐”고 쏘아붙였다.

특히 이 대표가 경제 관련 이슈를 선점한 것도 가뜩이나 이 대표에 대한 피해의식에 허우적거리는 여당의 명모닝을 부추기고 있다. 가령 이 대표가 지난달 ‘K엔비디아 지분 30% 공유’ 발언을 내놓자 정치권은 뜬금없이 엔비디아가 최대 화두가 됐다. 뒤늦게 국민의힘이 LG AI연구원을 찾았고 여권의 주요 인사마다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며 엔비디아 논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시그니처 정책 격인 ‘기본소득’과 연계해 국민펀드의 개념과 적용 대상을 확대하려는 이 대표의 의도만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광주 5.18민주묘역을 방문해 "함께사는 세상, 오월정신으로 빛의 혁명을 완수하겠습니다"라고 방명록을 작성했다. 사진제공=민주당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도 논란이 불거지는 만큼 효과가 있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그는 연초 기자 간담회를 통해 ‘흑묘백묘론’을 제시한 뒤 상속세·소득세·부동산세 등 세제 문제를 비롯해 연금 개혁까지 이슈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단 한번도 빼앗기지 않았다. 이런 자신감에 이 대표는 대놓고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 포지션”이라고 밝혔다. 당황한 여권은 “주 52시간은 간만 보다가 접었다”(한동훈 전 대표), “보수까지 사칭”(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대통령 선거 역사상 범죄 혐의자가 대선에 출마한 적은 없다”(유승민 전 의원), “(이세돌 화법을 빌려)이 대표에게 자신이 없다. 질 자신”(한 전 대표) 등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진정성 논란에 시달리는 것처럼 여당도 “(이 대표를 흔들) 결정적 한방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여당이 이 대표 견제에만 신경 쓰면서 그나마 경제 회생을 위한 메시지는 찾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규정 고려대 연구교수는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는 식의 해명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현 정부의 무능에 책임이 큰 게 여당”이라며 “갈라치기 방식으로 무조건 거대 야당 탓만 한다면 돌아선 민심을 달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12·3 비상계엄 이후 국민의힘이 수권 의지를 잃고 있다는 비판도 뼈아프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지금 여당의 정치 캠페인은 모든 게 이재명”이라며 “조기 대선을 한다면 수권능력을 검증하는 미래형 투표가 될 텐데 이재명 비판만 해서는 확장성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짚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소수 여당이라는 피해의식을 넘어서 당정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이 공감하는 민생·경제 정책을 제시해야 민심도 돌아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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