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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고문 '4월 추경'
與, 민생 지원·AI 등 14조 제안
野는 소비진작만 18조···간극 커
'추경 한목소리'에도 험로 전망
조기 대선땐 집행 더 늦춰질수도

[서울경제]

여야가 정부에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향후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추경이 당장 집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추경안을 내놓더라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현금성 지원의 대상과 규모를 놓고 여야 간 재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만약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여야 대선 주자들의 득표 전략과 맞물려 추경 논의가 ‘안갯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수출마저 둔화되는 상황에서 여야의 추경 합의가 뒤늦은 감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가 편성하게 될 추경의 규모는 이창용 한은 총재가 언급한 대로 15조~20조 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총재는 지난달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추경을 15조~20조 원 정도로 하면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올리는 효과를 내서 경기 대응에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0.4%포인트 내렸는데 추경을 집행하면 내년 성장률 전망치(1.8%)에 근접한 1.7%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총재가 제시한 추경 규모는 여당인 국민의 힘이 제시한 추경 규모와도 엇비슷하다.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층을 위해 총 14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안했다. 통상적으로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여당과 협의해 추경을 편성하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안은 이 규모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과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승현 기자


여당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영세 소상공인 공과금 바우처(7조 6000억 원) △소상공인·취약계층 시설 구입 비용 지원(3조 원) △기초수급·차상위 계층 선불카드(1조 3500억 원) △그래픽카드(GPU) 등 AI 인프라 확충(2조 원) 등으로 구성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추경안(35조 원)과 비교하면 AI 등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면서도 현금성 지원은 선별적으로 추려 낸 것이 특징이다.

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지역화폐 지급 예산 13조 원을 포함해 소비진작 4대 패키지에만 18조 원을 배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1인당 100만 원의 공과금 바우처 지원 대상의 경우 매출 1억 400만 원 이하 소상공인(760만 명)으로, 1인당 50만 원의 선불카드 지급 대상은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270만 명으로 한정했다.

문제는 추경의 성사 여부다. 기재부가 여야의 요구를 받아들여 추경 편성 작업에 돌입해도 시간이 빠듯하다. 민생과 AI 분야로 추경 분야를 좁히더라도 당정 협의를 거쳐 부처별로 재정 사업을 추려내고 기재부에서 취합·편성해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치려면 최소 2~3주가 소요된다. 여기에 국회 추경 심사에서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까지 1개월 안팎의 시일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이날 추경 편성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예산 당국인 기재부를 패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가 당과 긴밀히 협의한 후에 야당과 추경 편성에 합의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이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정부안의 국회 제출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안을 편성하려면 여당과 협의를 해야 한다”며 “사전에 조율된 바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안이 제출되더라도 국회 심의 기간이 조기 대선 일정과 맞물려 추경 논의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안에는 민주당 추경안의 핵심인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지역화폐(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의 힘 겨루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국회 심의 기간과 조기 대선이 맞물릴 경우 여야 대선 주자까지 합세해 추경 논의가 산으로 흘러갈 리스크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추경에 소극적이었던 정치권이 뒤늦게 정부에 추경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여야가 경제보다는 선거의 유불리만 따지다 추경 편성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추경은 빠르면 빠를수록 승수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며 “이미 출발이 늦은 만큼 한계 상황의 건설업과 소상공인에 집중 지원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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