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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극단 발언 합리화’ 의대생·전공의 향해
“의사 면허 있다고 모든 면에 전문가 아냐
의료 정책에 투쟁 목소리 내려면 새로 공부하라”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는 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행동\'이 연 \'우리의 현주소: 의료시스템 수행지표의 팩트 검토\' 토론회에서 하은진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4명이 지난 17일 집단행동을 하는 전공의·의대생을 향해 “오만하다”고 일갈한 입장문이 의료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에이(A)4 용지 네 장 분량의 입장문에는 폐쇄적인 의사집단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신랄한 내부 비판이 담겨있었다. 입장문에 이름을 올린 하은진 서울대 의대 교수(중환자의학·신경외과)에게 전화로 그가 동료 의사들에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간 의사 사회의 자성을 요구하는 내부 목소리는 드물었다. 어떤 계기로 성명을 썼나?

“의료계가 지금 방식의 투쟁을 계속하면 우리 의료의 터전이 무너질거라는 두려움이 컸다. 의-정 갈등 이후 의사 사회에선 ‘저들(정부)이 나쁘니, 우리는 어떤 행동도 해도 된다’는 합리화가 만연해졌다. 전공의·의대생들이 온라인 공간에 “(국민은) 죽어봐야 정신 차릴 것”, “어차피 나중에 아프면 와서 (살려달라고) 할 것” 등의 말을 쏟아내지만 동료도, 교수도 제지하지 않는다. 이런 채로 나중에 이들이 의료 현장에 돌아온들 내가 동료로서, 환자로서 이들과 함께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의료계 투쟁의 문제는 무엇이었나.

“‘전체주의화’다. 개인이 자유 의지로 (투쟁 여부·방식을) 선택할 수 없게 됐다. 교수 등 다른 의사들도 (전공의 등에 대해) ‘내 편이니 무조건 감싼다’는 내부 동조만 하는 사이, 집단이 자정할 기회를 잃었다. 결국 우리(의사들)가 아니면 ‘적’이라는 진영 논리만 남았다.”

―의대 정원 등을 둘러싼 의-정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의사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우선 대정부 투쟁의 ‘단일대오’를 강요하는 전체주의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교육·수련을 지속할 사람은 (병원·학교에) 돌아가 투쟁의 목소리를 내고,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 사람은 바깥에서 투쟁하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제대로 된 지식과 대안을 가지고 투쟁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 걸맞게 개인에 선택의 자유를 주고, 선택에 따른 책임은 본인이 지자는 것이다.”

―의사들의 정책 관련 지식이 충분치 않았다고 보나? 전문가인 의사들이 의료 정책을 주도하자는 게 의료계 주된 주장인데.

“나는 신경외과와 중환자의학 전문이지만 의료 정책의 전문가는 아니라 생각한다. 의사 면허가 있다고 모든 면에 전문가인 것이 아니다. (의료 정책에 대해) 투쟁적인 목소리를 내려면 새로 공부를 해서라도 지식을 갖추고 주장해야 한다. 지금의 의료계는 면허만 믿고 너무나 오만하다. 특히 (상당수 전공의는) 의-정 갈등 동안 의사들에 유리한 내용만 취사 선택해 습득해왔다. 불리한 내용도 받아들여야 (국민과 정부를) 설득할 수 있다.”

―정부는 어떤 태도로 의료 정책을 펴야 하나.

“오만한 태도로 정책을 밀어붙인 건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책을 만드는 관료들은 자신들이 결정하면 의료계 등 국민이 무조건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상명하달식 정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 의사 집단은 (보건 당국이) 꺾어내야 할 적이 아니라 의료개혁의 파트너다. 이런 태도를 말로만 주장하지 말고 정책 수립·집행 과정에서 보여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관료들의 ‘말뒤집기’도 끊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에는) 의사를 연 400명 늘려야 한다고 했는데, 4년 만에 그 숫자가 2000명으로 불었다. 관료로서 신념을 저버린 창피한 일 아닌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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