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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펀드에 출자 약정하면서 조건 걸어
“국민연금, 다른 LP들에 소송 당할 수도”
법조계 “자본시장법 위반 아냐”

서울 국민연금공단 지역본부의 모습. /뉴스1

이 기사는 2025년 3월 18일 16시 3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사모펀드 출자 사업에서 위탁 운용사로 선정된 MBK파트너스에 예정대로 출자를 확약했다고 밝혔다. 다만 MBK파트너스가 향후 적대적 M&A를 시도할 경우엔 캐피탈콜(약정한 돈의 출자를 요구하는 것)에 응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사모펀드(PE)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국민연금만 독단적으로 출자를 거부할 경우 다른 출자자(LP)들의 반발을 살 수 있으며, 심하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법조계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의 이 같은 출자 제한이 자본시장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다. 술, 담배, 도박 관련 기업들을 투자 대상 기업에서 제외(네거티브 스크리닝)하듯 적대적 M&A에도 참여를 거부할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MBK파트너스의 6호 블라인드 펀드에 출자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위탁운용사를) 최종 선정한 이후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 투자 논란 등 일부 운용 전략이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지속됐다”며 “최종적으로 국민연금은 적대적 인수합병 투자건에 대해서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해 올해 2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MBK파트너스의 출자 확약이 늦어지는 배경에 국민연금의 이 같은 문제 제기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적대적 M&A를 하려면 출자자 전원동의 혹은 특별결의(67.7% 이상 동의) 통과가 필요하다는 등의 특약을 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 국민연금의 발표에 대해 PE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 PE 대표는 “그런 출자 제한 내용을 처음부터 정관에 넣었다면 몰라도, 투자 건마다 일일이 보고 적대적 M&A인지 판단해 출자를 거부하겠다면 다른 LP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면서 “국민연금이 실제로 출자 거부를 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저 선언적인 의미에 그칠지 두고 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출자 제한에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일러메이드 사태에서 불거진 ‘LP의 GP 고유 권한 침범’ 논란이 다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무한책임사원인 GP가 투자 회사의 지분 증권 매매의 가격·시기·방법을 제3자에게 위탁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건이 자본시장법 위반과는 관계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대형 로펌의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출자 약정을 하고 나서 나중에 PE가 투자 건을 갖고 왔을 때 거부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있겠지만, 약정 전에 ‘나는 이런 조건으로 출자하겠다’고 하는 건 국민연금의 자유”라며 “그런 제약이 싫다면 출자를 안 받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국민연금은 원래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걸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적대적 M&A에 돈을 대지 않겠다는 약정을 미리 한다면, 향후 출자 약정 이행을 거부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적대적 M&A 출자 거부가 법에 위배되진 않더라도, ‘절차의 문제’에 있어 논란의 소지는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자체 스크리닝 기준에 따라 적대적 M&A에 출자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더라도, MBK파트너스의 경우 이미 위탁운용사로 선정한 상태에서 새로운 조건을 제시한 것이어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A 전문 변호사 역시 “위탁운용사 선정 후에 갑자기 이런저런 제한을 만들면, 법적인 이슈는 없더라도 프로세스(절차)상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적대적 M&A’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역시 MBK파트너스가 기존 최대주주인 영풍의 손을 잡고 최씨 일가와 대치 중인 것이어서 전형적인 적대적 M&A로 규정하기 애매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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