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네거리에서 보이는 잠실엘스(왼쪽), 리센츠 아파트 단지. 최종훈 기자
지난달 12일 서울시가 강남권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을 해제하기에 직전인 지난 1월부터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들썩거리는 시장에 규제 완화라는 불쏘시개를 던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를 보면,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 대비 0.20%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며 0.29% 하락했다가 올해 들어 다시 반등한 것이다. 실거래가지수는 시세 중심의 가격 동향 조사와 달리 실제 거래된 실거래가격을 동일 단지, 동일 주택형의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것이다. 매매 계약 이후 시·군·구 신고(30일 이내)를 통해 확인되는 실거래가격의 특성상 계약월 이후 한달여가 지난 뒤 통계가 작성된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지난해 9월 2단계 스트레스 디에스알(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확대 시행, 시중은행의 대출 한도 제한 등 영향으로 10월은 보합, 12월은 하락(-0.29%)하는 등 주춤했다. 그러다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에 숨통이 트이고 거래가 살아나면서 다시 상승했다. 특히 수요층이 두터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묶은 동남권은 0.40% 뛰어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 와중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서울 강남권 토허제 해제를 언급하기 시작하더니, 지난달 12일 ‘잠실·삼성·대치·청담’ 등 토허제 지정 구역을 전격 해제했다.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크게 뛰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토허제 해제 검토에 들어갔던 서울시가 당시 시장 변동에 다소 후행하는 일부 통계 지표에만 의존해 시장 상황을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아파트값 주간 동향’에선 서울 아파트 매맷값이 지난해 말까지 이어지던 상승세를 멈추고 1월 말까지 4주 연속 보합을 기록했다. 동남권도 1월부터 2월 첫째주까지 주간 단위 0.01~0.06%의 낮은 변동률을 나타냈다. 서울시로선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토허제 해제의 시장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규제를 풀기에 앞서 서울시는 일선 구청을 통해 실거래가 동향을 좀더 면밀히 살폈어야 했다”면서 “성급했던 토허제 해제는 (의도에 관계없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