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 “국악원장에 ‘공무원’ 안돼”
문체부 “정해진 것 없어, 진행 중 상황”
문체부 “정해진 것 없어, 진행 중 상황”
경향신문 자료사진
9개월째 공석인 국립국악원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을 지낸 유병채 문체부 국민소통실장을 임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악계가 ‘전문성 없는 인사’라며 집단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했다.
국립국악원 전·현직 예술감독 27명은 18일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직 고위공무원의 국립국악원장 임명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문체부가 국악원장에 행정직 고위 공무원을 임명하려는 것은 “행정 편의식 발상에 불과하며, 국립국악원을 관치행정의 틀 안에 가두어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라며 “국악의 정통성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국악 전문가 원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전임 국립국악원장 7명과 국악연구실장 6명으로 구성된 국립국악원 현안 비상대책협의회가 반대 성명을 낸 바 있다. 비대위는 지난 14일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이와 관련해 간담회를 가졌으나, 이견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대표로 간담회에 참석한 윤미용 명인(전 국악원장)은 “국악원은 한국의 전통예술을 생산해온 기관으로 전문성이 중요한 곳”이라며 “공무원이 원장으로 오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회귀”라고 말했다.
유 실장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커지고 있다. 유 실장이 대통령실 비서관을 지낸데다 김건희 여사의 KTV 국악공연 황제관람 논란과 관련해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별도 청중은 없었다”고 거짓 해명했다가 현장에서 적발돼 사과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립국악원장은 민간 전문가만 지원할 수 있던 경력개방형 직위였지만 지난해 12월 대통령령을 개정, 행정직 공무원도 응모·임명될 수 있는 개방형으로 바뀌었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1995년도 이후 국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국악원장이 된 적이 없다”며 “국악 종사자만 가능했던 것이 유병채 실장을 위한 공모로 바뀌게 된다”고 주장했다.
국립예술단체의 지역 이전 등을 두고도 문체부와 예술계는 반목하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6일 ‘문화한국 2035’을 통해 내년 서울예술단의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전을 시작으로 예술단체들의 지방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예술단은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문체부는 서울예술단의 지방 이전에 관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라”고 사실상 이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악원장 공모에 공무원도 가능하게 한 것은 현재 3곳인 국악원 지방 분원이 앞으로 5곳으로 늘어나는 등 행정적인 면에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뤄진 조치였다”며 “국악원장 인사에 대해서는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