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 에너지부(DOE·Department of Energy)가 지정하는 민감국가 목록에 포함되면서 향후 국내 원자력 자립에 필수적인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승인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 25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한국에서는 매년 700톤(t) 이상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하지만, 이를 독자적으로 재처리할 권한이 없어 원전 내부 저장조에 쌓아두고 있다. 한국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추진해 왔다.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 군비통제협회(ACA·Arms Control Association)의 대릴 킴볼 사무총장은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핵확산 관련 민감국가로 등재되면 핵무기 생산에 활용될 수 있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미국 승인을 받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감국가 지정을 계기로 미국이 한국에 대한 원자력 규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김볼 사무총장은 또 “원자력공급국그룹(NSG·Nuclear Suppliers Group) 지침 역시 공급국들이 핵확산 우려가 있는 지역 내 국가들에게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SG는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고 핵 기술과 관련된 민감한 물질·장비의 이전을 통제하기 위해 1974년에 설립된 다자간 수출 통제 체제로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가입돼 있다.
사용 후 핵연료는 원자력 발전에 사용한 우라늄 원료로, 높은 열과 방사능을 가지고 있다. 광산에서 캐낸 천연 우라늄에는 우라늄-235가 약 0.7%, 우라늄-238이 약 99.3% 포함돼 있는데, 핵분열을 하는 우라늄-235만이 핵연료로 사용된다. 핵연료는 우라늄-235 함량을 약 3~5%로 농축해 사용한다.
핵연료는 3~5년가량 사용하면 우라늄-235가 약 1%로 줄어 더 이상 발전에 사용하지 못한다. 이와 동시에 핵분열한 우라늄은 각종 방사성 물질로 바뀐다. 이러한 사용 후 핵연료는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통해 재처리하면 플루토늄-239 등 핵연료로 사용 가능한 물질을 다시 추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700t이 넘는 원료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비슷한 양의 사용 후 핵연료가 매년 발생한다. 국내에는 지난해 말 기준 1만9000t이 넘는 사용 후 핵연료가 저장돼 있는데, 이를 재처리하면 96%가량을 다시 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기술은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239를 분리·농축할 수 있는 기술과 같아 국제적으로 매우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한국 역시 1974년 한·미 원자력협정 체결 이후 50년이 넘도록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1988년 개정된 미·일 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의 승인 없이 핵연료로만 사용이 가능한 농도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다. 일본은 해외 위탁을 통해 핵연료를 재처리한 뒤 추출된 플루토늄을 국내로 반입해 보관하고 있다.
한국은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일본 수준의 권한 확보를 추진해 왔다. 원자력협정은 지난 2015년 일부 개정됐지만, 여전히 한국은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국내에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이 불가능하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사용 후 핵연료의 해외 위탁재처리만 허용한다. 그러나 경제성, 안전성, 국민 수용성, 핵비확산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외에 재처리를 위탁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과 미국은 2011년부터 10년 동안 한미원자력연료주기공동연구(JFCS)를 통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 ‘파이로프로세싱’을 개발한 이력이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 후 핵연료를 고온(500~650도)에서 전기분해해 내부의 다양한 핵물질을 특성별로 분리·회수해 폐기물의 부피를 줄이고, 일부는 다시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년 JFCS의 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이 타당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금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와 함께 파이로프로세싱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민감국가 지정으로 향후 미국과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협상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 중이다. 학계에서는 2030년부터 한빛 원전, 한울 원전, 고리 원전의 포화가 차례로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감국가 지정의 효력은 다음 달 15일 발효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르면 이번 주 미국을 다시 찾아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할 전망이다.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 군비통제협회(ACA·Arms Control Association)의 대릴 킴볼 사무총장은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핵확산 관련 민감국가로 등재되면 핵무기 생산에 활용될 수 있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미국 승인을 받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감국가 지정을 계기로 미국이 한국에 대한 원자력 규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경수로형 사용후핵연료의 구성비. / 산업통상자원부·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제공
김볼 사무총장은 또 “원자력공급국그룹(NSG·Nuclear Suppliers Group) 지침 역시 공급국들이 핵확산 우려가 있는 지역 내 국가들에게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SG는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고 핵 기술과 관련된 민감한 물질·장비의 이전을 통제하기 위해 1974년에 설립된 다자간 수출 통제 체제로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가입돼 있다.
사용 후 핵연료는 원자력 발전에 사용한 우라늄 원료로, 높은 열과 방사능을 가지고 있다. 광산에서 캐낸 천연 우라늄에는 우라늄-235가 약 0.7%, 우라늄-238이 약 99.3% 포함돼 있는데, 핵분열을 하는 우라늄-235만이 핵연료로 사용된다. 핵연료는 우라늄-235 함량을 약 3~5%로 농축해 사용한다.
핵연료는 3~5년가량 사용하면 우라늄-235가 약 1%로 줄어 더 이상 발전에 사용하지 못한다. 이와 동시에 핵분열한 우라늄은 각종 방사성 물질로 바뀐다. 이러한 사용 후 핵연료는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통해 재처리하면 플루토늄-239 등 핵연료로 사용 가능한 물질을 다시 추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700t이 넘는 원료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비슷한 양의 사용 후 핵연료가 매년 발생한다. 국내에는 지난해 말 기준 1만9000t이 넘는 사용 후 핵연료가 저장돼 있는데, 이를 재처리하면 96%가량을 다시 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기술은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239를 분리·농축할 수 있는 기술과 같아 국제적으로 매우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한국 역시 1974년 한·미 원자력협정 체결 이후 50년이 넘도록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1988년 개정된 미·일 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의 승인 없이 핵연료로만 사용이 가능한 농도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다. 일본은 해외 위탁을 통해 핵연료를 재처리한 뒤 추출된 플루토늄을 국내로 반입해 보관하고 있다.
한빛 원자력발전소 전경. / 조선DB
한국은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일본 수준의 권한 확보를 추진해 왔다. 원자력협정은 지난 2015년 일부 개정됐지만, 여전히 한국은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국내에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이 불가능하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사용 후 핵연료의 해외 위탁재처리만 허용한다. 그러나 경제성, 안전성, 국민 수용성, 핵비확산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외에 재처리를 위탁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과 미국은 2011년부터 10년 동안 한미원자력연료주기공동연구(JFCS)를 통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 ‘파이로프로세싱’을 개발한 이력이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 후 핵연료를 고온(500~650도)에서 전기분해해 내부의 다양한 핵물질을 특성별로 분리·회수해 폐기물의 부피를 줄이고, 일부는 다시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년 JFCS의 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이 타당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금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와 함께 파이로프로세싱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민감국가 지정으로 향후 미국과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협상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 중이다. 학계에서는 2030년부터 한빛 원전, 한울 원전, 고리 원전의 포화가 차례로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감국가 지정의 효력은 다음 달 15일 발효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르면 이번 주 미국을 다시 찾아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