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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경고 없이 대규모 공습 시작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 대규모 사상
‘지옥 계획’ 이어 결국 전쟁 개시
하마스 “이, 휴전 일방적 종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역에 공습을 재개한 1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병원 영안실에서 한 남성이 아이의 시신을 안고 오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격”을 개시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1월19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에 돌입한 뒤 단행한 최대 규모 공습으로, 이스라엘이 사실상 전쟁에 재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군과 국내정보기관 신베트는 이날 오전 2시30분쯤 공동 성명을 내고 “현재 가자지구 내 하마스 테러 조직에 속한 테러 목표물에 광범위한 공격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고위 관리는 CNN에 “필요한 한 공습을 계속할 것이며, 공습에만 그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혀 지상군이 조만간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인명 피해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공습 시작 약 3시간여 만에 사망자는 200명을 넘어섰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날 오전 6시 현재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232명이 숨지고 수백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상자 중 상당수가 여성과 어린이였다.

대규모 공습은 사전 경고도 없이 한밤 중에 이뤄져, 미처 대피할 시간도 없었던 주민들이 속수무책 희생됐다. 가자지구 민방위대는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건물이 상당수 붕괴해 주민들이 다수 매몰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전기 및 연료 공급 차단으로 태양광 발전기를 돌려 간신히 운영 중인 주요 병원에는 약 두 달여만에 부상자와 사망자 시신이 끊임없이 밀려들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공습은 북부 자발리야와 가자시티, 중부 누세이라트와 데이르알발라, 남부 칸유니스와 라파에 이르기까지 가자지구 전역에서 단행됐다. 서부 해안가의 알마와시 등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도 예고없이 공습이 이뤄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인질 석방과 미국의 1단계 휴전 연장 제안을 반복적으로 거부했다며 공격 재개 이유를 밝혔다.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네타냐후 총리는 군에게 가자지구의 하마스 테러조직에 맞서 강력히 행동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는 하마스가 우리 인질을 석방하기를 거듭 거부하고 미국 대통령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중재국으로부터 받은 모든 제안을 거부한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군은 현재 가자지구 전역의 하마스 테러조직을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인질 석방을 포함해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제부터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군사행동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사실상 전쟁 재개를 선언했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의 공격이 “휴전을 일방적으로 종료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네타냐후와 그의 극단주의 정부는 휴전 협정을 뒤엎고 가자지구에 있는 인질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 회의를 열어 이스라엘이 침략을 중단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안보리가 열리더라도 이스라엘을 제재하는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엔 미국의 사전 승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7일(현지시간) 전기가 끊긴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서 한 가족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폐허가 된 건물 잔해 위에서 불을 피우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격 재개로 지난 1월19일부터 약 두 달여간 위태위태하게 이어져온 휴전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기간 중에도 산발적으로 무인기(드론) 등을 동원해 가자지구를 공격해 왔으나, 이날처럼 전투기를 대거 동원해 가자 전역에서 대대적인 폭격을 퍼부은 것은 처음이다.

당초 양측이 합의했던 42일간의 1단계 휴전은 이미 지난 1일 끝으로 종료됐으나,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중재국들과 함께 휴전 연장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마스는 당초 합의대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군과 종전 합의 등 ‘휴전 2단계’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스라엘은 철군 없이 인질만 추가 석방하는 휴전 1단계 연장을 요구해 왔다.

위트코프 미국 특사는 유대교 명절인 4월20일까지 1단계 휴전을 이어가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 기간 휴전을 이어가기로 양측이 합의하면 그날 즉시 하마스가 남은 생존 인질 및 사망자 유해의 절반을 돌려보내고, 이후 종전이 합의되면 나머지 절반을 송환하는 것이 중재안의 골자였다.

이스라엘은 1단계 휴전 종료 이튿날인 지난 2일부터 국제사회가 보낸 구호품의 가자지구 반입을 전면 중단하고 지난 9일부터는 전기 공급까지 차단하는 등 가자지구 주민들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으며 하마스를 압박해 왔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은 이스라엘이 철군 없이 인질 석방을 얻어내기 위해 가자지구에 식량은 물론 전기와 수도마저 끊는 이른바 ‘지옥 계획’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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