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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김웅환 소아흉부외과 교수 인터뷰]
호흡곤란 소아 수술할 대학병원 의사 전국에 3명
높은 위험도, 낮은 수가에 기피··· 최근에야 보상강화
“상급병원 지정 기준에 반영하고 기부 활성화해야”
서울대 어린이병원 김웅한 소아흉부외과 교수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소아 수술의 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맹장염을 앓던 다운증후군 아이가 이곳까지 와서 수술을 받았어요. 경주 소재 병원, 인근 병원 등에서 모두 수술할 수 없다고 해서 서울까지 올라온 거예요. 오는 길에 맹장이 터져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경주에서 서울까지 이동하는 구급차 안에서 그 부모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하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만난 김웅한 소아흉부외과 교수(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상임대표)는 “성인에겐 비교적 간단한
맹장염 수술도 어린이의 경우에는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이 몇 곳 안되고
, 희소질환을 앓고 있다면 위험도가 급증하기 때문에 수술에서 더더욱 소외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계속된 수술 일정에 초록색 수술복을 입고 인터뷰에 나선 김 교수는 “경주에서 온 소아 환자는 에크모를 달고 해서 겨우 회복을 했지만, 이러한 ‘응급실 뺑뺑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을 이었다. 에크모는 심폐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은 환자의 몸 밖으로 혈액을 빼낸 뒤 이산화탄소 제거, 산소 공급 후 다시 체내에 투입하는 기기다.

“병원도 뺑뺑이를 돌리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에요. 응급실에 오는 어린이의 경우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소아를 수술할 외과 의사가 없으니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거죠.”

현재 전국 대학병원에서 소아 환자를 전문으로 다루는 흉부외과 의사는 15명 안팎이다. 소아신경외과 의사는 10명도 안되고, 호흡 곤란한 어린이를 수술할 수 있는
소아이비인후과 의사도 전국 대학 병원에 3명 남짓
에 그친다. 김 교수는 “
소아 환자는 이동 자체가 여의치 않은 경우도 많아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까지 가 수술한 적도 있다
”며 “소아 수술 분야가 붕괴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소아외과·정형외과·성형외과·신경외과·흉부외과·안과·이비인후과·비뇨의학과·마취과 등 소아외과계가 ‘찬밥 신세’가 된 건 소아 수술의 경우 위험도가 높은 반면, 수가는 수십 년 전 측정한 상태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낮은 수가가 소아 수술을 담당할 의사의 임용 기피로 이어지고, 그 결과 소아 수술 분야에 지원하는 의사 인력이 줄면서 고사 위기에 놓이게 됐다는 얘기다.

소송에 대한 압박도 움츠러들게 하는 원인이다. “소아 사망 시 기대수명을 계산해 10억~20억 원을 배상해야 하다 보니 병원도 가능하면 소아 수술을 안 하려고 하죠. 수가가 낮아서 수술해도 늘 적자입니다. 소아 외과계 의사들은 어린 생명을 살리겠다는 생각이 큰데, 수술할수록 병원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비애감이 들죠.”

김 교수는 특히 “선천성 질환에 대한 부담은 가족에게 내맡길 게 아니라, 사회가 짊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 28년 전에 미국 보스턴 어린이병원에 공부하러 갔었는데 첫 출근 날에 머리가 하얀 다운증후군 할아버지가 외래진료를 보러 왔어요. 어릴 때부터 계속 어린이병원에서 진료를 봐 온 거예요. 반면 한국 사회에선 아직까지도 노인 다운증후군 환자가 드뭅니다. 가족이 온통 부담을 져야 하니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는 거죠.”

그는 인터뷰 내내 “수술이나 계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어린이 환자들에게 점점 좋지 않은 상황이 돼 가는 것 같아서 안쓰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교수는 “
저출산 해결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그중 일부라도 투자했다면 어린이병원은 지금쯤 ‘유토피아’가 됐을 것
”이라며 “투표권이 없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국회 입법이나 정부 정책에서 늘 뒷전이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만 최근 보건복지부가 심혈관 수술 등 소아‧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난도 수술 319개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를 인상
하면서 문제 해결의 첫 단추를 꿰었다. 가령
경피적 동맥관개존폐쇄술
의 경우 체중 1,500g 미만 환자에 대한 수가가
종전 212만 원에서 1,060만 원
으로 대폭 상향된다. 동맥관개존폐쇄술은 대동맥과 폐동맥을 연결하는 혈관이 출생 후에도 열려 있는 경우 이를 치료하기 위한 수술이다. 그는 “수가가 올라 병원이 적자를 보지 않거나, 적자 폭이 줄어들면 소아 수술 기피 분위기도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상급병원 지정 기준에 소아 수술 관련된 내용을 넣고, 여기에 대한 인센티브를 마련하면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해 응급실 뺑뺑이를 해야 하는 어린이 환자가 많이 줄어들 것”
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상급병원 지정 기준에 소아 수술 관련된 내용은 반영돼 있지 않다. 이와 함께 “어린이병원에 대한 기부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 수술은 까다롭고 인력도 더 많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어린이 병원은 큰 이익을 남기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미국의 어린이병원이 잘 돌아가는 건 후원금 때문이에요. 병원은 기부를 받는 절차가 굉장히 복잡한데, 어린이병원이라도 기부문화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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