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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교수들 공개성명
"대안없이 오직 반대만이 있을뿐"
의대 '복귀 방해' 등에 작심비판
◆다가온 의대 복귀 데드라인
"내가 알던 제자·후배들이 맞나"
의대교수들 전공의 작심비판에
"제적 당하면 책임질 사람 있는가"
의대생도 '단일대오' 동요 분위기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경제]

서울대 의과대학·병원 교수들이 정부의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과 교실을 떠난 전공의 및 의대생 지도부를 향해 “오만하기 그지없다”며 작심 비판했다. 그간 교수들이 의정 갈등과 관련해 산발적인 의견을 낸 적은 있으나 전공의를 직격하는 공개 성명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의대생들의 복귀 움직임을 두고 동료들 사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자 서울대 교수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17일 서울대병원 하은진(중환자의학과)·오주환(국제보건정책)·한세원(혈액종양내과)·강희경(소아청소년과) 등 4명의 교수는 ‘복귀한 이들은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는 분들께’라는 성명을 통해 “여러분은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다. 오직 탕핑(躺平·눕기)과 대안 없는 반대만이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어 보인다”며 “이런 방식에 계속 동조할지 아니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지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복귀한 사람들은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 서신의 수신인”이라며 “다른 사람들도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도저히 그냥 두고 보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앞서 건국대 의과대학에서는 “복귀자를 더 이상 동료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본과 2~3학년 일동 명의 입장문이 나온 바 있다.

전공의 등이 정부의 의대 정원 복귀 발표에도 꿈쩍하지 않는 가운데 이번 성명이 사태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21일 연세대·고려대를 시작으로 학생들의 복귀 시한이 다가오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단일 대오를 유지하던 의료계는 흔들리고 있다. 서울대에서 강경한 성명이 나온 반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압박과 회유로는 교육 정상화가 이뤄질 수 없다”면서 학장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날 대한민국의학한림원도 “학생들의 복귀를 조건으로 삼아 각종 불이익과 시한적 압박을 가하는 정부의 태도가 놀랍다”고 날을 세웠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교수라 불릴 자격도 없는 분들이 위선을 실토했다”며 서울대 의대 성명문을 비판했다.



◇서울의대 교수 "환자에 공포 무기삼아…전공의, 책임도 품격도 없다"




“지금 우리는 환자와 국민의 불편과 공포를 무기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지 않은가.”

의정 갈등 이후 의대생·전공의들 편에 섰던 의대 교수들이 입장을 바꿔 의대생과 전공의를 질타했다. 정부가 백기 투항에 가까운 양보안을 제시했음에도 강경 투쟁 입장만 고수하고 있고 복귀 의사를 밝히는 동료들에게는 도 넘은 비난까지 가하자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판단한 것이다. 서울대·연세대 의대 등의 등록 기간 마지노선(3월 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기한 내 등록하지 않을 시 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학교 측의 강경 대응에 의대생 사이에서도 동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강희경 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하은진·오주환·한세원 서울의대 교수 3명과 공동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복귀하지 않는 의대생·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넘친다”며 “정말 내가 알던 제자·후배들이 맞는가. 이들 중 우리의 제자·후배가 있을까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또 “착취당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며 “생산직·서비스직 노동자들은 12시간 넘게 서서 일하면서도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들의 삶이 여러분 눈에는 보이기는 하느냐”고 질타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이 전공의와 의대생을 질타한 배경에는 의대 특유의 수직적인 분위기와 선배의 강경 일변도 대응에 순응하는 의대생들의 침묵이 있다. 대학·정부의 연이은 소통 요청에도 학생들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점을 직격한 셈이다. 최근 건국대 의대 일부 학생들이 “수업 복귀자를 더 이상 동료로 간주하지 않으며 향후 모든 학문적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문을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등 복귀하는 의대생을 배신자로 낙인찍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이번에 의대생을 작심 비판한 교수들은 지난해 6월 의대 증원에 대한 반발에 공감해 ‘집단 휴진’을 결의한 바 있다. 의료계 반발 움직임에 동참해 정부에 각을 세웠던 강 교수 등이 의료계 단일대오를 흔드는 발언을 내놓은 셈이다. 이날 발표한 입장문이 의정 갈등의 분기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의정 갈등 국면에서 의료계에 힘을 실어줬던 의대 교수들이 그간 입장을 뒤집으면서 전공의는 물론 의대생 사이에서도 집단행동 중단에 대한 요구가 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정부가 제적을 무기로 의대생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여전히 강경한 목소리도 남아 있다.

각 의대가 복귀 시한으로 못 박은 3월 말이 다가오며 학생들도 동요하는 모양새다. 21일 등록 기한을 앞둔 연세대 의대생은 대학 커뮤니티에 “단일대오를 유지하자는 말에 동의하지만 혹시라도 제적당할까 봐, 까보니 등록한 사람이 많을까 봐 두렵다”고 올렸다. 다른 의대생도 “누군가 본보기로 제적당했을 때 책임질 사람이 있느냐”고 했다. 의대 지도교수들도 학생들이 복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청권 의대의 한 교수는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만났을 때는 학교 측 방안에 대해 수긍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도 “대놓고 복귀 의사를 밝히지 못하는 데는 의대 특유의 비민주적인 의사 결정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결국 개별적으로 학생들을 일일이 면담·설득하는 과정밖에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대 건물에서 진행된 의대 1·2학년 전공선택 수업에는 4명만이 참여했다. 캠퍼스에서 만난 연세대 의대 대학원생 A 씨는 “의대 학부생은 (건물에서) 안 보이는 것 같다. 학교에서 제적 조치를 예고한 후에도 비슷하다”면서 “강의계획서가 대학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더라도 학생들이 수업에 오지 않아 아예 안 열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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